본문 바로가기

국내산행기/경상북도

청도 대왕산-학일산 낙엽산행

                대구시의사산악회 제 106차 정기산행   청도 대왕산 & 학일산
술을 앞에 두고 먼저 일어서본 것은 아마 이 날이 처음일 것 같다..
본시 술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의대 졸업동기들 망년회 2차로 갔던 경대병원 응급실앞 
골목길의 그 작은 주점에서 12시도 되기 전에 그 좋은 분위기를 박차고 나올만큼 다음 날 정기산행은 나에게는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굳이 대구시의사산악회 총무라서만은 아니지 싶다..뭐 총무라고 모든 산행 다 따라가야하는 법은 없으니까...
그만큼 이제 술이 싫고 산이 좋은게지..
친구들아 먼저간다 뒤를 부탁한다...
( 뒤라는 것은 누군가가 2차 양주값을 쏠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모를 2차 비용 분빠이의 경우 내 분담금을 지칭..)
바로 앞 편의점에서 신라면 5봉지를 사고 주차장으로 오니 딱 맞춰서 대리운전 기사가  찾아온다.
운전 못할 정도로 마신 것은 전혀 아니다..
맥주와 양주 몇잔  그 정도는 오히려 운전을 더 잘하게 만들지..
각설하고..산행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집에 들어가서 배낭 꺼내서 속옷과 타올 등등 집어넣고 소형 가스 및 버너와 코펠 라면 끓일 물 1리터 정도와
내가 마실 물 1리터 정도 물통 몇개를 배낭에 넣으니 마치 지리산 종주때 처럼 배낭 부피가 크다 
기껏 물과 라면이라 그리 무겁지는 않지만...
비올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만의 하나 혹시나 몰라서 아이젠 넣었다. (결과론적으로는 기우였지만..)
우의는 안 넣었다. 까짓 오후 늦게야 간혹 내린다는 겨울비 내려봤자 고아텍스 방수자켓으로 커버 될 정도이겠지..
1시에 잠들었고 알람시계 맞춰서 울릴 06시보다 10분전에 나의  브레인 알람이 먼저 울려 눈이 뜨여졌다.
좀만 더 자고 싶은 마음과 일어나야지 의 갈등은 결국 10분 정도의 뜸이라는 타협점을 찾고만다...
늘 그렇듯이 자동으로 다음 행동이 이루어진다..
볼 일 보고 샤워기 틀어 몸을 더운물로 씻는다 머리를 감는다 면도를 한다...머리 말리고 로션바른다 
요기까지가 평균 20분 정도..
그리고 미리 챙겨 놓은 대로 옷을 입고  소리없이 조용하게 집을 나선다...잠든 식구들 깰까봐..
06시 40분 지하로 가서 차 시동을 건다.
시동과 함께 워밍이 되고 부드럽게 출발되는 나의 애마 렉서스는 새벽 어둠과 찬공기를 가르며 약속장소인 
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 주차장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총 17명이다. 
내 차를 포함해서 5대의 승용차로 나누어 타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인근의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있는
성암골 가마솥국밥 집으로 가서 내가 여태 먹어본 가장 맛있는 소고기국과 밥으로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였다.
대구에서 경산을 거쳐 자인4거리 지나 청도군 동곡면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국도를 달리다보면  학일온천이 나온다. 
학일온천 1킬로미터 전 묘지 2기가 있는 곳이 산행 들머리이다.
회원들 내려놓고 기사들은 학일온천에 주차를 하고 차 1대로 기사들만 싣고 다시 일행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와서
시내의 이름난 호텔 앞에 심으면 족히 천만원은 할 것 같은 키 크고 잘 빠진 소나무 아래에 다 모여서  늘 언제나 
그랫듯이 기념사진 찍고 대왕산과 학일산 정상을 향해 출발.
곳곳에 벌목 소나무 가지들과  낙엽들로 뒤덥혀 등산로인지 아닌지 구별 잘 안되는 낙엽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오늘따라 내가 제일 뒤로 쳐지는것 같다...
이상하게 누군가 나를 잡아 당긴다...
어제 그 술집의 술이나 아가씨가 나를 당기나?
다리가 무겁다...등산 전날은 무조건 푹 쉬어야 되는데...
그렇다고 1년에 한번 하는 의대동기들 망년회 자리에  안 나갈 수도 없고...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 오르니깐...
출발한지 한 40여분...고목나무 하나가 눈에 확 들어온다.
나무 이름이 뭐랬더라..
노거수?
그렇다면 한자로는 老巨樹 이겠지..  늙고 커다란 나무..
좀 특이하게도 생긴 나무다..
너도 나도 그 나무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나뭇잎 낙엽을 수북히 들었다가 머리위로 흩뿌리며 아이들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히는 박원장님 부부..
저 순간 저 표정만 보면 영락없는 초등학생들이다... 
봉우리 하나를 힘겹게 오르고 능선에 오르니 하늘은 흐리고 오후에는 예보대로 비가 올 것 같고 제법 찬 바람에 
뺨과 귀가 시리다...
스키장에서 쓰던 눈만 내놓는 방한마스크를 착용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별로 안 춥다고 그냥 그대로다.
나만 춥나?
나만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갑다...
경험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춥고 땀난다...다른 말로  땀은 나지만 춥다...
산 하나를 두어시간 걸려 올랐다가 능선을 타다가  하산하는 그런 전형적인 코스라면 차라리 힘이 덜 던다..
그런데 이번 코스는 롤러코스터 코스이다.. 오르락 내리락을 수없이 반복한다...훨 더 힘들다..
게다가 등산로가 계단식이 아니면서  대부분 가파르고 낙엽이 덮혀져있어 미끄럽다 
오를때 디딜때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가는것 같다...
그렇게 몇고게를 노르고 내려오고 하다보니 어느새 대왕산 정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대왕산이란 거창한 이름의 산 정상치고는 너무 초라하다...조망도 없고 볼거리도 없다...
사진만 찍고 바로 이동.. 학일산으로 계속 고!
C 자 형으로 산을 타는 코스에서 아직 중간 정도도 채 못 왔다...대왕산을 내려와야 딱 반이다.
계속 가파른 내리막길 걸으면서 이 만큼 또 올라가야 된다는 사실이 우리들을 더 힘 빠지게 한다...
대왕산이 끝났나 싶은 시점에서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제 학일산인가 싶다..
낙엽은 발목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많이 쌓여있고 밝을때의 바스락 소리와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다.
평지 능선이나 내리막에서의 수북 쌓인 낙엽길 산행은 차라리 운치가 있는 편이다...
오르막에서는 힘들지만...
아마 이 맘때가 가장 낙엽을 많이 밝아볼 수 있는 계절이 아니겠나... 
시야에는 온통 연한 브라운톤의 초겨울 컬러이다...   
시인이라면 시를 한 수 쓰고 싶은 그런 낙엽산행길이다...
넓직한 낙엽깔린 평지를 만나 잠시 휴식 겸 점심식사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다들 배 고팠나 보다..나는 전혀 배 안 고픈데...
총무 특별준비식 라면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다음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준비해볼까나?
얼릉 챙겨서 다시 이동한다. 
저 멀리 까마득히 멀리 높다랗게 보이는 학일산...아직 정상까지는 두어시간은 족히 더 걸릴 듯 싶은 거리다..
그런데 등산 하다보면 그렇게 멀리 떨어져 보이는 산도 막상 아무 생각없이 걷고 오르다 보면 참 의외로 가깝게 있다는 사실..
아니 벌써?  이런 느낌 들 때가 많다...
멀리 보이는 산도 눈에 보이는 것 보다는 그리고 생각보다는 가깝게 있더라...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우의를 입기도 하고 나처럼 그냥 방수자켓만 걸치는 사람들도 있다...
정상이 가까워 진 느낌이 들면서 다시 힘이 난다..
드디어 정상...
헬기장이 있고 비록 초라하고 작고 빈약한 정상석이 아니라면 여기가 정말 정상일까 싶다.... 
해발고도는 사실 큰 의미없다...
평지에서 오르는 해발 600미터짜리  등산이  해발 600미터 에서부터 오르는 1000미터 봉우리 등산보다 더 힘이 든다... 
여기 청도 학일산도 보기에는 엄청 높아 보이는 산이지만 실제로 해발 700미터도 안되는 낮은(?) 산이다.
하산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약 1시간 남짓..?
마른 계곡으로 해서 뭔 이름의 사찰 옆으로 우회해서 마을로 내려와서 너른 길을 조금 더 걸으니 금방 학일온천에 도착.
비는 제법 많이 내리고...
차 안에 배낭 넣고 갈아 입을 옷가지만 들고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낡고 오래된 온천인데 탕안에 물은 뜨끈뜨끈 죽인다... 피로가 확 풀린다...
온천 목욕탕 옆에 유명한 동곡 동동주를 파는 식당에서 동동주 맛을 보니 맛이 기가 막힌다...
정말 맛있다.. 
酒박사 박준호 선생님께서 맛을 보시더니 술 이거 내가 살께 하면서 동동주를 열 몇병을 사서 5시에 출발.
예약해둔 김치돌판 삼겹살 전문식당인 떡쌈시대에 도착하여 동동주와 맥주 그리고
그 맛있는 김치삼겹살로 저녁식사를 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성암골 가마솥 소국밥

산행지도...대왕산에서 학일산으로 거의 한바퀴 원을 그리다시피 하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6시간 정도 예상된다고 한다..

밥과 소고기국...이 집에는 소고기를 제외한 국과 밥은 무한 리필된다...

맛있다...

산행 들머리...참 잘 생긴 소나무 아래에서

등산 시작이다.

노거수 고목아래에서

박원장님 부부...낙엽을 뿌리며 동심으로 돌아감...

낙엽과 연인

소나무 낙서장...참으로 깜찍하고도 발칙한 年이다...그 시점에서 메롱이 왜 나오니?

오빠 1 ?

오빠 2 ?

대왕산 정상석

대왕산 정상





이정표



낙엽산행

낙엽이 쌓인 17인용 식탁... 운치 만땅입니다..

제가 준비한 가스버너와 라면입니다...불 안나게 조심 하지요

제가 많이 피곤해 보이죠? 표정만큼 정말 힘든 산행입니다...

학일산 가는 길...정말 낙엽이 엄청 많이 쌓여있었습니다...

학일산 정상가는 길의 이름 모를 봉우리를 넘고 있습니다...

운치있고 센스있는 산악회 이름과 리본이 참 예뻐서 찍었습니다...

학일산 정상직전의 비알을 오르는 사모님들...참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학일산 정상석입니다...힘들게 올라온 산의 정상석 치고는 너무 초라하고 부실합니다...

정상 정복 기념입니다... 정상에 오르기 전부터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카메라 렌즈가 뿌옇네요..

산행후 들른 학일온천입니다... 목욕 후의 모습입니다..정병룡 선생, 박진석 회장님, 김철수 고문님

삼겹살.. 아는 실로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겹살예찬

삼겹살을 보면 내 마음은 뛰누나..- 윌리엄 워즈워돈

삼겹살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돈쉬킨

떡쌈시대 삼겹살 식당입니다..


 
동영상입니다. 

 



우리 산악회 회원님들입니다...


낙엽 밝는 소리 좋죠?

'국내산행기 > 경상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리산 1.  (0) 2008.04.23
단양팔경 구담봉-옥순봉 2.  (0) 2008.04.01
단양팔경 구담봉-옥순봉 1.  (0) 2008.03.31
겨울설산 백두대간 선자령 1.  (0) 2008.01.23
봉황이 앉은 경주 봉좌산  (0) 2008.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