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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산행기/대만 옥산 (2009. 5)

대만 옥산 10. 배운산장의 밤 그리고 옥산 하산

10. 옥산 하산

 

 

 

산에서의 해는 짧다. 해가 중천에 있다 싶었는데 어느새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아직은 밝구나 싶었는데도 하산하다보면 어느새 산길은 어둑어둑하다... 그게 산이다..

그래도 서둘러 내려와서 준비해 간 해드랜턴은 무용지물이었다.

 

산장에 도착하니 이미 배정받은 우리 침상에는 두 구의 시체가 누워있다.  김 & 백.

말도 시키면 귀찮아 할 정도로 춥고 으실하고 식욕부진에 토하고 온 몸이 아픈가 보다...  

 

산장에서 제공하는 것은 오로지 밥 온리.. 밥 외에는 반찬은 커녕 숟가락 젓가락도 없다

밖에 있는 나무 테이블에  남은 반찬 김치 그리고 컵라면 등등 꺼내서 제공된 밥과 함께 다같이 저녁식사를 한다.

 

 

 

현지 시각으로는 저녁 6시 22분이다..

디카 시간을 현지시각으로 변경하지 않았음

아까 내려왔던 옥산능선이 노을에 붉게 물들고 있다.

 

 

 

저녁식사 / 오른쪽으로 덤앤더머 형제의 같은 포즈로 식사장면이 재미있다..

 

 

 

피난민이 따로 없다..

양푼이 가득 끓인 라면이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짐..

 

 

 

무슨 밥이 그렇게도 맛이 없는지  살다 그렇게 맛없는 밥은 처음 먹어본다.

쌀이 시원찮아서이기도 하고 밥을 잘 못해서이기도 하다 

죽밥도 아니고 꼬들한 밥도 아니고 아마 뜸을 안 들인 것 같기도 하고...

라면에 밥 말아 먹자니 라면 배릴 것 같아 라면만 먹는다 나도 라면만 조금 먹고 말았다 배는 고프지만 식욕도 별로 없다.

두 시체 중에 한 구가 (백인화 선생) 억지로 나와서 밥을 먹을려고 하기에 남은 라면 먹으라고 나는 젓가락 놓아버렸다.

 

지난 겨울 경기도 광덕산에서 두툼하게 썰어 왕소금 뿌려 숯불 바베큐에 구워먹던 그 삼겹살이 생각나고

대구공항 앞 동화식당의 그 맛있는 김치찌개가 그렇게 먹고싶을 수가 없다.

우리 병원건물의 황소 사우나찜질방의  탕 안에 몸을 담그고 싶고 

우리집 침대에 누워서 큰 댓자로 누워 한 숨 푹 잤으면 소원 없겠다...

 

정말 마누라 했던 말이 또 생각난다..

집 나가면 생고생 쿡!  (그런 CF가 있었나 난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씻을 데도 마땅찮고 먹은게 별로 없어 그런지 응가하고픈 생각도 없다.

양치만 하고 얼굴 고양이 세수만 하고는 침상으로 와서 드러누울려고 하니  맨땅에 해딩이다

담요나 이불도 없고 얇은 슬리핑 백 하나만  달랑 제공된다  그나마 그게 사용료가 미화 12달러이지 아마

1인당 제공되는 침상의 너비는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70cm 정도...

거의 옆사람과 접촉한 상태로 자야된다

내 왼쪽 옆은 환자 김정희 선생님,

오른쪽은 초저녁부터 아예 몸에 있는 모든 구멍이란 구멍은 다 틀어막고 푹 주무시는 김창원 선생님..

아예 이럴줄 알고 귀코눈막이를 다 준비하셨다고 한다.

 

술도 없고 먹을것도 없고 놀거리도 없고 나가면 어둠과 적막강산 

나가봤자  친구라고는 별들 뿐이니 그저 슬리핑 백 안에 몸 집어넣고 눈감고 누워 있을 뿐...

다들 쉬는 분위기에 떠들 수도 없고..

건너편 침상 1,2층에는 내일 새벽 2시에 일어나서 3시에 해돋이 보러 옥산주봉 올라가는 분들이

초저녁부터 잠을 청하고 있어 예의상 대화도 못하겠고...

정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뭐 할 게 있어야지..

한국에서부터 사가져간 발렌타인 21년산 술을 (무겁다고 안 가져왔지만) 가져왔어도 마시기 곤란한 상황...

고산이라 술 마시면 더 숨가쁠테고..

 

그때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나는 30분 간격으로 자다 깨다.. 아니지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일어날때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최소 한 명은 나처럼 잠 못 이루고 반쯤 일어나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춥기는 또 얼마나 추운지..

동포산장의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천만다행스럽게 백선생이 준 손난로와 등에 붙이는 온찜질팩 하나 덕분에 무사히 추위를 이길 수 있었다.

 

이걸 영화로 찍으면 영화제목은 뻔하다

 

옥산의 잠 못 이루는 밤.

 

10시 넘어서인가 어둠속에서도  맞은편 침상으로 낯익은 사람이 올라가서 주문신다

서울시의사산악회 이관우 선생님이다..

아 오늘 같이 정상에 올라가자고 했는데 안 가셨구나 내일 아침에 가실 모양...

 

몇번이나 밖에 나가서 하늘의 별들 바라보았는데 북두칠성의 별 크기가 왕 별사탕 만하다

태어나서 별 크기가  저렇게 큰 별은 처음 본다.

서경진 교수님이 하신 말씀  코타 키나발루에 가서 밤하늘을 보면 손만 들면 별을 딸 수 있을 것 같다 고 한 말씀이 생각났다..

 

내일 비가 안 올려나? 내일 정상 가시는 분들 해돋이 볼 수 있을려나...

그럻게 뒤척이다 결국 새벽 2시에는 전부다 완전 다 기상을 하게되었다

맞은편 침상에서 자던 새벽 등산팀들이 일어나는 바람에...시끄러워서...

 

 

 

 

아침으로 죽을 드시는 새벽팀들 / 벽시계 시계바늘이 새벽 2시를 가르키고 있다

 

 

 

어제 저녁과 달리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울팀 이관우 신동엽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었다.

비가와서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어제 올라갈걸 하시는 눈치...

우리팀 옆에 자던 경북 상주에서 오신 분들도 밖에 비가 내려서 무척 실망하는 눈치..

그리고 나중에 정상사진들 좀 이 메일로 보내달라고 한다..명함을 주었다...

 

그 분들 아침 식사하고 비 맞으며 우의입고 등산 올라가는 모습 다 보고나서야 남은 사람들끼리 다시 재취침할 수 있었다.

난 덕분에 그들이 남긴 슬리핑백 4개를 모아서 푹신하게 왕처럼 주무실 수 있었다  그래봤자 불과 1시간 정도이지만....

길고 긴 밤이 지나고 시간은 어느새 아침 6시...

우리팀도 다들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하산할 준비를 한다...

머리 아프다는 분들이 좀 계셔서 가지고있던 게보린을 나눠 드렸다..

 

 

 

새벽아침의 배운산장

 

 

 

비가 좀 그친듯 덜 내린다..그래도 이 시간 옥산정상은 시계 즉 가시거리 1미터 일 것 같다...

 

 

 

여자화장실 입구의 여성전용 파우더룸(?) / 심각한 성차별 현장이다 남자들은 이런 공간이 없다.

 

 

 

산장에 붙어있는 이정표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잘 수도 있다 / 방 배정 못 받으면 이렇게라도...

텐트를 제외하고 이 산장의 정원은 80명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열악한(?) 산장에라도 하루밤 잘려고 신청하는 사람들은 무려 수십대 1의 경쟁을 거치고 당첨된다.

 

 

 

 

마시는 물이 나오는 유일한 장소 / 세수하고 양치하는 곳 / 남녀공용

 

 

 

남자 화장실

 

 

 

소변기

 

 

 

배운산장 현판 / 해발 3400미터

 

 

 

 

경인지역 뫼솔산악회의 준비성은 끝내준다

이럴줄 알고 누룽지를 만들어 와서 코펠에 끓여 드신다. 적어도 이 순간 이 장소에서는 최고급 요리이다

자기들만 먹을 줄 알았는데 산인심이란게 참 후하다 모자라지만 나누어 먹는 그 인정...

다음에 우리팀도 산장에서 1박하는 산행을 갈땐 필히 저런 누룽지나 요긴하게 먹는 음식들을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좀 얻어 드실려고 미인계를 쓰면서 기웃 거리는 김정희 선생님...좀 살 만 하신가 보다..

뫼솔팀.. 후라이팬에 햄치즈까지 구워 드시는 저 놀라운 준비성..

 

 

 

뫼솔산악회는 자체 가이드께서 버너와 코펠 등등 다 준비해와서 라면도 컵라면이 아니고 봉지라면을 저렇게 맛있게 끓여 드신다..

군침이 줄줄 흘렀지만 자기네들 먹을 것도 모자랄 판에 언감생심 내가 끼어들면 나는 도둑놈이지..

 

 

 

 

좀 춥다 싶어 온도계를 보니 영상 5도 정도.. 한겨울 날씨..

 

 

 

 

남의 잔치상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고..우리팀도 사모님들께서 나름 준비를 한다.

 

 

 

아침 식사 풍경

 

 

 

우리팀의 밥상...셀파들에게 밥 대신에 밥을 죽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 훨 나았다..

밑반찬을 많이 준비해오신 김회장님 덕분에 그나마 면피는 한 듯..

 

 

 

죽을  솥 채로 들고 바닥을 긁으시는 서교수님...

적어도 이 산장에서는  서울시 강남구의사회장도  동국대병원 교수도 전 대한의사산악회 회장도 대구 수성구 의사회장도 

그저 한 사람의 본능적인 인간일 뿐이었다

 

 

 

 

아침 먹고 치우고 배낭정리후 우리는 비가 내리는 배운산장을 떠났다...

 

 

 

우의를 입고 7시 50분 산장 출발

 

 

 

하산길

 

 

어제 올때 보았던 그 절벽과 잔교

 

 

 

순식간에 3km 지나고.. 산소가 풍부하고 내리막이니 진도 잘 나간다..

 

 

 

비구름이 개인다 /

오늘은 하산길에 산장으로 올라오는 일본인 단체팀들을 유난히 많이 만났다

습관적으로 니하오?  짜요!  했더니

곤니찌와~로 응수한다  나 역시 곤니찌와~ 로 화답..

중국말로 짜요! 는 음식이 짜다는 말이 아니라 힘내라는 뜻 즉 홧팅! 이다

어제 올라올때 내려가는 대만인들로부터 수도없이 들었던 말이다

짜요 짜요!

 

 

 

 

 

이런 경치 참 운치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풍경을 너무 좋아한다  비 개인 산중턱에 걸린 흰구름..

 

 

 

어제 맑을때와는 또 다른 풍경.. 너무 시원한 공기와 풍경..

 

 

물끄러미/ 강인구 선생님..

 

 

 

어제 보다 훨 가까이 보인다

 

 

 

 

 

 

백목림 휴게소가 가까워진다 / 거기에서 비옷을 벗기로 함... 덥다..

 

 

 

 

 

 어제 나름 가장 힘든 오르막길이었는데...

 

 

 

반대편 골짜기에 폭포가 보이던...

 

 

 

비 머금은 옥산초화..

 

 

 

 

백목림 휴게소 도착 /  5킬로미터를 1시간 반만에 주파..

 

 

 

 

청설모 / 도망도 안가요...

 

 

 

옥산 무사 등정 및 하산 기념..

 

 

 

비는 완전 그치고..시원한 공기.. 다들 컨디션 최상^^

 

 

 

맥록정 옆 화장실 / 볼 일 보고나서는 꼭 저 핸들을 돌려야 됨...톱밥 분쇄용..

 

 

 

맥록정(몬로정) 휴식처

 

 

 

출발점인 타타카안부 도착 / 하산하는데 딱 3시간 소요됨..

 

 

 

셔틀버스 기다리며../ 똥 밟은 아니 엉덩이로 깔아 뭉갠 김정희 샘..^^

내가 무심코 앉은 저 자리 10cm 옆에 어제부터 새똥 같은것이 한무더기 있었는데

난 뭣 모르고 그 옆에 앉았다가 큰일 날뻔 했는데

마침 뒤 따라오던 김정희샘이 그 새똥을 정확하게 깔고 앉아버렸다.

말할 틈도 없이..(오른쪽에 휴지 있는 지점)

 

 

 

 

 

옥산을 떠나며.. 내가 다시 여기 오겠나?

 

 

셔틀버스로 동포산장으로 돌아와서 각자 배낭과 맡겨둔 짐들을 버스에 실고 옥산을 서서히 벗어난다.

이제 2시간 거리의 어제 저녁 먹었던 수리의 그 야압청 찬청으로 다시 가서 점심식사를한다.

 

 

 

구름에 가린 옥산과 능선

 

 

 

옥산

 

 

 

아리산맥 어느 봉우리..

 

 

 

 

버스에서 보이는

 

 

 

수리(水里, 얼마나 물이 많으면 물마을일까.. ) 가는 길에 보이는 빈랑나무들..

 

 

 

버스타고 가면 온통 눈에 보이는 전부 다 빈랑나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