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골프 6.

마지막 9번홀(18번홀이 되네) 로 걸어가면서 단장 로컬룰이 발표된다.
20만원 중 캐디피 9만원 주고 내가 9만원 가져가고 돈은 달랑 두장 남았다.
모두 다 빈 손이다..

단장 로컬 룰

1. 손원장은 무조건 드라이버로 티샷을 해야만 한다. 어길시 벌금 2장을 부과함.

2. 드라이버로 번트작전을 하는 치사함을 막기 위해 무조건  티샷은 카트도로를 넘겨야 한다
(카트 도로까지는 약 200미터) 어길 시 역시 벌금 2장 부과..

3.  3온을 하지 못할 시에도 역시 벌금 2장.

4. OECD 한 종목당 벌금을 더블로 올림.

오빠삼삼해 한가지당 무조건 2만원씩 벌금...

오: 오비
빠: 방카
삼: 트리플 보기
삼: 쓰리 퍼팅
해: 해저드(물,연못)


쉽게 말해 이 홀에서 완벽한 파를 하지 못할 시에는 돈을 다 토해내라 이 말...^^

네 알겠습니다 단장님 필 !  승 !

까짓거 재미있게 치자고 라운딩 하는건데 돈이 뭔 문제랴...^^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쪼루나고 말았다 그것도 왼쪽 연못 직전의 화단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해저드로 간주당했다. 그 옆에 물에 들어간 줄 알고...

세컨샷 써드샷 참하게 잘 쳐서 4온에 성공.
2퍼팅으로 보기로 마감하였다.

벌금은 그냥 만원만 내고 말았다
단장님 특별 지시사항에 의해...^^

마지막 18번 홀은 딩 동 으로 그리고 내 벌금으로 나머지 세사람이 사이좋게 한장씩 나워 가졌다.

추워졌다..오후 5시반 정도 지났고 골프장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다.... 
뜨끈한 물에 샤워하고... 다 벗고 동동한 입장으로 탕안에 들어가고...
단장님도 회장님도 지휘관 대령도 우리도... 다들 나이 40대 중후반들..
대령이면 거의 나하고 같거나 한 두살 아래이거나...

차를 기지 밖에 다시 갖다두고 영내 식당으로 들어와서 그들이 준비한 잔치상을 받았다.
예천에서 가져온 꽃등심인데 내가 먹어본 고기중에서 가장 맛있었지 않나 싶다...
소고기가 모자라서(내가 너무 엄청나게 상상 초월할 정도로 많이 먹는 바람에) 삼겹살도 더 시켰다.

맥주와 소주 적당히 섞어서 뇌가 마비될 정도로 다들 엄청나게 마신 것 같다..
특히 내가 많이 마셨다...
왠지 기분 좋았다...
골프 잘 쳐서가 아니라  (78타)
버디 2개 해서가 아니라
돈을 따서가 아니라
박회장님이 한 방에 전재산 다 기부한 것때문에도 아니다...
공군부대 단장이나 지휘관들..
그동안 우리 의사들에게 골프조기회 회원들에게 폐쇄적이었고 비협조적이었던 그들이
우리들과 진심으로 웃고 즐기고 마음을 열어준 것이 너무나 고무적이고 고마워서... 
그들의 마음을 여는데 내가 많은 역할을 하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서로 어색하고 어렵고 무거울 지도 모를 라운딩 분위기가 나의 이 세치 혀와 입담으로 
군인들 그들에게 우리 의사들이 별다른 인간이 아닌 보통의 인간들이구나 느끼게 해주고
그리고 우리도 그들 군인들이 친근한 이웃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일에 내가 일조했다는 생각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 같다...
마음을 열면 다 통하게 마련인데...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골프라는 자치기 구슬놀이에도 얼어붙은 닫혔던 마음이 열리고 풀리고
동심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데....
그래서 하나가 될 수 있는데...

우리들은 갈수록 살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너무 마음을 닫고 사는 것은 아닌가...

이웃들에게 동료들에게 그리고 환자들에게도
우리 스스로가 먼저 마음을 열고 그들과 남이 아닌 우리가 되고 하나가 되도록
다들 좀 더 노력하여야겠다...

골프는 참 좋은 운동인 것 같다...
 





* 추가

어제 메달리스트는 아세아여성병원 안중걸 원장님 (의사골프조기회 부회장)이 차지.
나는 78쳤지만  등수에는 들지 못하고 니어리스트 상을 받았다.
핸디를 너무 높게 제출하는 바람에...

그리고 받은 상품은 군 지휘관 중 상을 못 받은 사람에게 드렸다  엄청 고마워 하는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