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귀국
제남의 숙소는 공항 바로 옆에 있는 산동에어라인 소유의 단정학호텔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들고 가던 누군가의 깨주머니가 터져 로비에 흘렸지만 여러사람들이 합심해서 주워담아 로비에는 그리 많은 깨를 남기고 오지는 않았다... 이 날 밤 우리 방에서 샤워후에 룸메이트인 최선생님과 그리고 강선생님이 와서 양주 남은거 마저 먹기로 했는데 내가 먼저 샤워하고 짐정리하면서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틀림없이 술마시러 오겠다는 강선생님이라고 직감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던 여행 첫날.. 장난친다고 나를 동대구역에 가게 만들었던 그래서 이번 트레킹을 못 갈 수도 있게 만들었던 강선생님의 대단한 장난이 생각났다.. " 여보세요? " 수화기에 강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웨이? " 능숙한 중국말로 대답했다... " ....." 강샘이 아무 말이 없다.. 그럴 수 밖에 중국어를 할 줄 모르니깐.. " 웨이? " 한번 더 중국어로 여보세요? 라고 해봤다... 그러자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강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임 쏘리.." 그러면서 전화를 끊을려는 순간... " 하하하 접니다요 왜 그러십니까? 장남 좀 친걸 가지고..." 좀있다가 우리 방엔 온 강샘 왈.. " 정말 중국넘인 줄 알았다...전화 잘 못 건 줄 알았다.." 마 요정도로 속혀먹은 것에 만족한다...첫날의 그 장난에 비하면 암것도 아니지만...^ ^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서 로비에 있는 바에 맥주 사러 가니깐 전부 다 불이 꺼져있고 아가씨 몇이 놀고있어 맥주 좀 팔아라고 했더니 클로즈 라고 한다... 12시에서 겨우 10분밖에 안 지났는데도 문 닫고 안 판다고 한다... 문디 가스나들... 역시 사회주의 국가다... 양주가 큰 병으로 거의 한병이 다 남았고.. 육포와 오징어포 그리고 커피맛땅콩까지 총동원해서 셋이서 새벽 2시 (우리 시간으로는 3시) 까지 술을 마셨다... 비틀 거릴 정도로... 잠들었다... 그리고 모닝콜 소리에 깨어났다.. 왠 일로 최선생님이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일도 다 있네... 샤워하고 짐 다 챙겨 나가서 로비에 두고 키 반납하고 식당으로 갔더니 일행들이 마지막 공식 식사를 하고 있다.. 여태 먹었던 중국식당과 식사 중에 가장 아무 것도 안 먹은 식사로 기록될 것 같다... 식욕도 없었고 배도 더부룩하였지만 음식마다 하나같이 먹기 싫은 음식들 뿐이었다... 삶은 계란 하나 까서 노란자 버리고 흰자만 먹고 아침 식사를 끝냈다.. 차 두어잔이랑..
제남공항까지 걸어서 5분.. 흐린 날씨이지만 그래도 비 안오는 하늘이라 걸어서 공항으로 갔다... 티케팅하고 일일이 내 손으로 표를 나눠주었다...강인구샘 표만 남기고.. 한번 더 괴롭힘을 줄려고..^ ^ 다들 보는 앞에서 비행기표를 과감하게 찢어버렸다.. " 치잇" 하면서 분명 표 찢어지는 소리는 났지만 강인구샘의 비행기티켓은 말짱했다... 종이 찢는 흉내만 내고 입으로 종이 찢는 소리만 내서 찢었던 것인데 다들 진짜 표 찢는 줄 알고 놀라는 순진하신 분들도 몇분 계셨고 그 와중에도 강샘의 표정도 아주 약간 당황하시는 듯 했다..맞는지 모르겠다만...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호텔 로비 산동항공사 소유의 호텔인가?
단정학 호텔
강인구 최영철 선생님...
나
셋이서
제남공항으로..
제남공항
기내식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또 기내식으로 인천에서 산동 올때와 같은 그 맛없는 것이 나왔지만 나를 포함한 내 옆자리의 춘천부부도 뒤쪽 옆자리의 신명숙 샘 부부도 안 드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통로 건너편 내 바로 옆에 앉은 8-9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와 그 누나로 보이는 애는 그 맛없는 중국 기내식을 특히 이상한 맛이 나는 육포를 물고빨고 정신없이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닌가... 하나도 남김없이 아주 맛있게.. 쟤들이 우리나라 말을 쓰니까 우리나라 애들은 분명한데...저걸 저렇게나 맛있게 먹다니... 우리 것을 다 주면서 먹을래? 하니 더 안 먹는다고 한다.. 짜식 더 먹지 공짠데...안 먹음 버리는데.. 결국에는 맛은 없지만 아까운 것들은 모조리 스튜어디스가 들고 온 쓰레기 통에 들어가고 말았다.. 가만히 앉아 눈감고 있는데 그 남자애가 옆자리의 누나한테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하나 내는 소리가 들렸다.. 누나야 백곱하기 백곱하기 백곱하기 백곱하기 하면 얼마게? 한참 생각하더니 " 모르겠는데....." 한다 (같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걔 누나가 알 턱이 없지) 꼬마가 말하는 정답은 "피난다" 였다... 푸하... 웃고 말았다... 배꼽을 그리 파는데 피 안날 리가 없지... 드디어 산동항공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7번째 착륙) 도착하였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멎는 순간 다시 핸드폰을 켜서 5일전과 반대로 로밍을 대한민국으로 맞추니 이럴수가... 내가 1시간이 팍 더 늙어있다...그동안 중국에서 보낸 젊음의 시간들이 끝났구나 실감... 짐을 찾아 나서면서 대구일행들 외의 다른 일행들과 아쉬움의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방원식씨.. 방 대리대우와는 참 좋은 인연이 된 것 같고 내가 트레킹을 계속하는 한 혜초여행사와 방원식씨를 찾을 것 같다.. 우리 대구팀은 리무진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대구행 국내선을 타기 위해.. 리무진은 약 40분만에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 도착하였고 우리 일행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 1층의 한식집에 단체로 들어가서 그동안 못 먹었던 먹고싶었던 한국음식을 마음껏 시켜 먹었다... 김치라면백반 뚝배기불고기 김밥과 우동 등등.. 그런데 이럴 어쩔거나.. 오늘 아침에 내린 중부지방 폭우로 대구에서 비행기가 오지 않았나보다 오후 2시 30분 발 대구행 국내선이 결함 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천에서 리무진 버스 타고 김포공항 청사에 밥 먹으러 온 셈이 돼버렸다.. 비싼 점심 먹었다.. 다시 의견을 모으니 서울역으로 가서 KTX를 타는 것으로 모아졌고 우리는 다시 공항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리무진 표 끊지 누가 끊었는지 일반공항버스를 끊어 가다서다 왕짜증... 우리는 결국 대구로 오는 고속열차(특실)를 타고 무사히 대구로 귀환하였다.... 그리고 4박 5일간의 모든 일정은 끝났고 아쉬움만 잔뜩 남았다... 이 글을 마무리 하는 순간 몸에 짜릿한 전율이 오른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아쉬움이 남는가 보다... 글을 쓰는 1주일 여 동안 매일 그 곳 중국 태산과 황산에 내가 다시 가있는 듯한 착각을 하였는데... 이젠 정말로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 나는 가을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황산으로 갈 것이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황산 서해대협곡..그 협곡의 절경.. 그 곳을 잊을 수가 없다... 2006년 7월 26일 손효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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