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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산행기/중국 태산-황산(2006. 7)

태산-황산 트래킹12. 무사귀환

마지막날

귀국 

 

제남의 숙소는 공항 바로 옆에 있는 산동에어라인 소유의 단정학호텔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들고 가던 누군가의 깨주머니가 터져  로비에 흘렸지만 여러사람들이 합심해서 주워담아
로비에는 그리 많은 깨를 남기고 오지는 않았다...
이 날 밤 우리 방에서 샤워후에  룸메이트인 최선생님과 그리고 강선생님이 와서 양주 남은거 마저 먹기로 했는데
내가 먼저 샤워하고 짐정리하면서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틀림없이 술마시러 오겠다는 강선생님이라고 직감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던 여행 첫날.. 장난친다고 나를 동대구역에 가게 만들었던 
그래서 이번 트레킹을 못 갈 수도 있게 만들었던 강선생님의 대단한 장난이 생각났다..
" 여보세요? "   수화기에 강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웨이? "  능숙한 중국말로 대답했다...
" ....."    강샘이 아무 말이 없다..    그럴 수 밖에 중국어를 할 줄 모르니깐..
" 웨이? " 한번 더 중국어로 여보세요? 라고 해봤다...
그러자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강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임 쏘리.."
그러면서 전화를 끊을려는 순간...
" 하하하 접니다요 왜 그러십니까?  장남 좀 친걸 가지고..."
좀있다가 우리 방엔 온 강샘 왈.. " 정말 중국넘인 줄 알았다...전화 잘 못 건 줄 알았다.." 
마 요정도로 속혀먹은 것에 만족한다...첫날의 그 장난에 비하면 암것도 아니지만...^ ^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서 로비에 있는 바에 맥주 사러 가니깐 전부 다 불이 꺼져있고 아가씨 몇이 놀고있어
맥주 좀 팔아라고 했더니 클로즈 라고 한다... 12시에서 겨우 10분밖에 안 지났는데도 문 닫고
안 판다고 한다... 문디 가스나들... 역시 사회주의 국가다...
양주가 큰 병으로 거의 한병이 다 남았고.. 육포와 오징어포 그리고 커피맛땅콩까지 총동원해서 셋이서
새벽 2시 (우리 시간으로는 3시) 까지 술을 마셨다... 비틀 거릴 정도로...
잠들었다...
그리고 모닝콜 소리에 깨어났다.. 왠 일로 최선생님이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일도 다 있네... 
샤워하고 짐 다 챙겨 나가서 로비에 두고 키 반납하고 식당으로 갔더니 일행들이 마지막 공식 식사를 하고 있다..
여태 먹었던 중국식당과 식사 중에 가장 아무 것도 안 먹은 식사로 기록될 것 같다...
식욕도 없었고 배도 더부룩하였지만 음식마다 하나같이 먹기 싫은 음식들 뿐이었다...
삶은 계란 하나 까서 노란자 버리고 흰자만 먹고 아침 식사를 끝냈다.. 차 두어잔이랑..
 
제남공항까지 걸어서 5분..
흐린 날씨이지만 그래도 비 안오는 하늘이라 걸어서 공항으로 갔다...
티케팅하고 일일이 내 손으로 표를 나눠주었다...강인구샘 표만 남기고..
한번 더 괴롭힘을 줄려고..^ ^
다들 보는 앞에서 비행기표를 과감하게 찢어버렸다.. 
" 치잇" 하면서 분명 표 찢어지는 소리는 났지만 강인구샘의 비행기티켓은 말짱했다...
종이 찢는 흉내만 내고 입으로 종이 찢는 소리만 내서 찢었던 것인데 다들 진짜 표 찢는 줄 알고 놀라는 순진하신 
분들도 몇분 계셨고 그 와중에도 강샘의 표정도 아주 약간 당황하시는 듯 했다..맞는지 모르겠다만...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호텔 로비  산동항공사 소유의 호텔인가? 

 

 

 

단정학 호텔

 

 

 

강인구  최영철 선생님...

 

 

 

 

 

 

셋이서 

 

 

 

제남공항으로..

 

 

 

제남공항

 

 

 

 

기내식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또 기내식으로 인천에서 산동 올때와 같은 그 맛없는 것이 나왔지만  
나를 포함한 내 옆자리의 춘천부부도 뒤쪽 옆자리의 신명숙 샘 부부도 안 드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통로 건너편  내 바로 옆에 앉은 8-9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와 그 누나로 보이는 애는
그 맛없는 중국 기내식을 특히 이상한 맛이 나는 육포를 물고빨고 정신없이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닌가...
하나도 남김없이 아주 맛있게..
쟤들이 우리나라 말을 쓰니까 우리나라 애들은 분명한데...저걸 저렇게나 맛있게 먹다니...
우리 것을 다 주면서 먹을래? 하니 더 안 먹는다고 한다.. 짜식 더 먹지 공짠데...안 먹음 버리는데..
결국에는 맛은 없지만 아까운 것들은 모조리 스튜어디스가 들고 온 쓰레기 통에 들어가고 말았다..
가만히 앉아 눈감고 있는데  그 남자애가 옆자리의 누나한테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하나 내는 소리가 들렸다..
누나야 백곱하기 백곱하기 백곱하기 백곱하기 하면 얼마게?
한참 생각하더니 " 모르겠는데....."  한다 (같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걔 누나가 알 턱이 없지)
꼬마가 말하는 정답은 "피난다" 였다...
푸하... 웃고 말았다...
배꼽을 그리 파는데 피 안날 리가 없지...
드디어 산동항공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7번째 착륙) 도착하였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멎는 순간 다시 핸드폰을 켜서 5일전과 반대로 로밍을 대한민국으로 맞추니 이럴수가...
내가 1시간이 팍 더 늙어있다...그동안 중국에서 보낸 젊음의 시간들이 끝났구나 실감...
짐을 찾아 나서면서 대구일행들 외의 다른 일행들과 아쉬움의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방원식씨.. 
방 대리대우와는  참 좋은 인연이 된 것 같고 내가 트레킹을 계속하는 한 혜초여행사와 방원식씨를 찾을 것 같다.. 
우리 대구팀은 리무진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대구행 국내선을 타기 위해..
리무진은 약 40분만에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 도착하였고 우리 일행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 1층의 한식집에
단체로 들어가서 그동안 못 먹었던 먹고싶었던 한국음식을 마음껏 시켜 먹었다...
김치라면백반 뚝배기불고기 김밥과 우동 등등..
그런데 이럴 어쩔거나..
오늘 아침에 내린 중부지방 폭우로 대구에서 비행기가 오지 않았나보다 오후 2시 30분 발 대구행 국내선이 결함
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천에서 리무진 버스 타고 김포공항 청사에 밥 먹으러 온 셈이 돼버렸다..
비싼 점심 먹었다..
다시 의견을 모으니 서울역으로 가서 KTX를 타는 것으로 모아졌고 우리는 다시 공항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리무진 표 끊지 누가 끊었는지 일반공항버스를 끊어 가다서다 왕짜증...
우리는 결국 대구로 오는 고속열차(특실)를 타고 무사히 대구로 귀환하였다....
그리고 4박 5일간의 모든 일정은 끝났고 아쉬움만 잔뜩 남았다...
이 글을 마무리 하는 순간 몸에 짜릿한 전율이 오른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아쉬움이 남는가 보다...
글을 쓰는 1주일 여 동안 매일 그 곳 중국 태산과 황산에 내가 다시 가있는 듯한 착각을 하였는데...
이젠 정말로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
나는 가을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황산으로 갈 것이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황산 서해대협곡..그 협곡의 절경.. 그 곳을 잊을 수가 없다... 
2006년 7월 26일  손효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