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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산행기/중국 태산-황산(2006. 7)

태산-황산 트래킹10. 황산(2) 서해대협곡

황산 서해대협곡
비는 그칠줄 모르고 갈수록 더 거세게 퍼붓는다..
이 시각에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폭우로 온 나라가 물에 잠겨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천해와 서해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다시 왔던 길 되돌아가서  다시 옥병루에 도착하니
벌써 12시 가까이 되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천해(天海) 지역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온통 중국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중국인들과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관광객들의 차이점은 이렇다..
1. 걸어가는 도중에 무척 시끄러우면 무조건 중국인이다. 얼마나 말이 많고 소리가 큰지...
   누가 보면 싸우는 줄 알지만 가이드가 통역해주길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라 한다...
2. 조잡한 비닐 비옷을 입고 있으면 거의 99%는 중국인이다. 
   우리 한국인들이나 외국인들은 다 제대로 된 우의를 입고 있다.
   중국인들은 등산화나 등산복 등 트레킹 복장을 갖추지 않고 올라온다.  그냥 잠 자다 일어난 복장 그대로..
   당연히 스틱도 없고 나무 지팡이를 짚고 배낭도 없으며 대신 비닐 봉지에다 먹을것이나 옷가지를 넣어 들고 다닌다. 
   등산화를 신었을 리가 없다... 그냥 신던 신발 그대로이며 고무신이나  슬리퍼도 보인다...
3. 하나같이 여행사에서 지급해 준 단체용 모자를 쓰고있고 가끔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나를 놀랍게 만든 일은..
돈만 많으면 땅에 발을 닿게 하지 않으면서 황산 등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데체 얼마를 주면 되는지 모르겠지만 조선시대 대신들이 타는 2인교 가마를 타고 다니는 배불뚝이 중국부자들이 
많이  보였다... 가마를 매고 뛰다시피 걷는 2명의 중국인 가마꾼들이 참 불쌍해 보였고 몹씨 거만한 자세로 이인교에
올라타고 가는 중국인 역시 우리 정신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중국에는 봉건주의가 아직 남아있었던가? 아니면 워낙 인간이 많아 돈벌이라면 뭐든지 하는 중국인들이 많아서 인가?
얼마나 황산에 오르고 싶으면 저렇게 해서라도 구경을 올까 라고 좋게 생각하였다... 어디 아프거나 몸이 안 좋겠지...
약 1시간 정도 더 빗길에 돌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한 끝에 드디어 점심식사 장소인 천해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지난번에 얘기했지만  황산의 중심은 天海이며 옥병루 천도봉이 있는 남쪽을 남해가 아닌 前海라 하고, 
황산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이자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서해대협곡이 있는 봉우리들과 구름바다를 西海,
그리고 일출을 보는 北海와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있는 東海로 나눈다...
그러니까 우리는 남쪽으로 올라와서 중간지점으로 가는 것이고 거기서 점심을 먹고 다시 서쪽으로 가는 것이다.
비를 대충 털고 우의들을 벗고 식당안에 마련된 둥근 원탁 식탁에 앉아 진수성찬으로 나오는 중국식 요리들로
점심을 해결했다.. 대충 다 맛있긴 한데 요리들의 재료가 뭔지 궁금했다...아무래도 흔히 먹는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아닌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뱀이나 전갈이나 원숭이고기는 아닐까...
화장실에 들러 아예 찬물에 머리를 감고 옷을 입고 재정비해서 막 출발할려는데..
인솔자인 방대리(아직 대리가 아니고 대리를 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인 평사원)가  우리 일행들 중에
여자분인 사모님 한 분이 무릎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서 일행들에게 쵸이스를 시킨다..
절경인 서해대협곡으로 돌아서 호텔에 갈 경우 험난하고 가파르고 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소요되며
광명정을 거쳐 하늘에서 날아왔다는 돌인 비래석을 구경하고 호텔로 바로 가는 비교적 쉬운 지름길은 2시간 안에
갈 수 있다고 하였다... 
어느 쪽을 택하실렵니까? 
묻는 것이었다..
물론 날씨만 괜찮으면야 당연히 서해대협곡 절경을 보면서 트레킹을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목적이었으니 당연히
그 쪽으로 가야 마땅한 일이지만 어차피 이 날씨에 시야가 온통 뿌연 안개고 구름인데 뭘 볼게 있으리...
그래서 2명을 제외한  대다수가 편하게 호텔로 직행해서 쉬자는 데 찬성하였다...
악천후로 볼 것도 보이는 것도 없는데 괜히 고생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쉬운 길을 택한 동기...
그 두명의 춘천에서 온 젊은 부부는 눈치를 보니 서해협곡을 가고는 싶은데 다수가 호텔로 바로 가자고 하니까
마지못해 따라가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인솔자 역시 그냥 다리 아픈 분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그런 방법도 있다라고 해본 이야기에 
예상밖으로 다들 호텔로 들어가겠다고 하니 매우 난감해 하였다... 자기도 협곡을 가고는 싶은데...
나 역시 비에 흠뻑 젖고 몸은 이세상 태어나서 가장 힘들고 피곤한 상태여서 나부터 당장 호텔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막상 황산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이자 빼어난 절경인 서해대협곡을 단지 아무것도 안 보이니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할려고 하니 뭔가 찜찜하였다...
그래서  몇발자국 뒤 따라가다가 우리 일행들 때문에 마지못해 서해대협곡을 포기하고 따라 걸어가는 
젊은 춘천 부부에게 우리 끼리라도 인솔자와 같이 서해협곡을 갈까요? 라고 반은 예의상 반은 진심으로
말을 건넸더니 당장 기다렸다는 듯이 그럽시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인솔자 역시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이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잘 한 선택인지는 그 순간에는 몰랐다...
다른 사람들은(대구에서 갔던 일행들) 아무도 보지 못한 서해대협곡의 절경을 마침 가는 도중에 비가 그치기도 하고 
때론 잠시 햇볕도 나서 안개가 그치는 과정에서 그 장엄하고 웅장하고 멋있는 절경을 볼 수 있었던 것.
일행들은 내가 뒤따라 오는 줄 알았다고 하였다 한참 뒤에야 내가 안 보여서 협곡으로 갔구나 생각했다고 하였다.
일종의 배신자?
인솔자는 전에도 말했지만 8000미터급 등산하는 선수이고 젊은 춘천부부도 아마츄어 치고는 수준급 등산가였다.
그런데 나는 최악의 컨디션이었으니 그들을 뒤따라 가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괴롭고 후회스럽고 아찔한 일이었다.
아무리 가다가 쉬면서 날 기다려 주었지만 폭풍우와 안개에다 시야에 그들이 안 보일때는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 앞뒤 전후좌우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고 아차 하면 천길만길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이니...
 
 
황산 서해대협곡으로 출발...
 
거의 대부분의 등산로는 돌계단이면서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상당히 가파르고 
절벽의 바위에 직각으로 설치된 허공계단이었다..  
인솔자 말이 이 황산의 돌계단 설치에는 설계에 10년 시공에 10년이 걸린 
대역사였으며 돌계단은 수명 60년 정도라고 한다.
이제 10년 정도 지났으니 안심하고 지나가도 된다고 하였지만 왠지 무섭고 
불안한 것이 만약 어느 한 부분의 계단이라도 무너지면 그길로 난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는 것이니까..
한마디로 여기서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리겠다는 생각이 들고.. 
수직으로 쭉 뻗은 암벽기둥이 눈앞에 보이는 절벽에서
내가 만일 떨어진다면 죽는데에도 꽤 시간이 오래 걸릴 정도로 절벽은 
(비록 아래가 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바닥의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깊은 것 같었다... 
바위 절벽 사이의 다리를 건너고 아슬아슬 절벽옆에 붙어있는 돌계단을 지나고...
 
 

 

 

서해대협곡의 시작..

 

 

 

 

봉우리위의 외로운 소나무..

벌써 보이는 풍경이 스케일이 다르다...

 

 

 

 

 

 

 

 

보선교

 

 

 

보선교 옆 동굴

 

 

 

 
 

 

 

보선교

 

 

 

바위 사이로 보이는 절경..

 

 

 

 

전망대..

 

 

 

절벽에 수직으로 붙어있는 돌로 만든 길...

 

 

 

서해대협곡을 배경으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를 반복할 무렵...

 

 

 

 

서해대협곡..

 

 

 

봉우리 옆의 나선형 돌계단..

모든 돌계단은 인공적으로 만든것이다 튼튼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의 등산로가 이런 절벽벽면에 붙여 허공에 세워진 돌계단이다

그래도 절대로 안전하다는데...

 

 

 

서해대협곡의 위용..기암 괴석 소나무..

 

 

 

 

바위에 소나무

 

 

 

 

 

정말 풍경이 대단하고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금새 신선이나 도사라도 나올 듯한 분위기..

 

 

 

 

고도가 높아질 수록 비는 더 가세게 내리고 바람도 쎄게 불고 시야 역시 흐렸지만 
돌계단을 내려오기를 조금만 더 내려오니 
드디어 환상적인 V 자 형태의 계곡과 기암 봉우리들의  절경이 눈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V협곡을 지나는 데 걸리는 약 1시간 가량은 그나마 비가 덜 와서 시야가 괜찮아 사진을 많이 찍을 수가 있었다..
돌아간 다른 일행들이 생각이 났고 나만 이 경치를 보는 데 대해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맑은 날씨였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라는 아쉬움이 안 드는 것이 아니었다...
V협곡을 지나면 끝인 줄 알았건만.. 야속하게도 인솔자는 이제 부터 진짜 유격훈련이 시작됩니다.. 라고 한다..
폭포를 지나니 까마득히 멀고 높은 곳에 봉우리들이 몇개 더 보이고 그 봉우리 벽에는 나선형으로 
거의 50-60도 경사 이상의 경사가 높은  허공계단이 붙어있고 그 계단에는 개미처럼 작게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 참조)
 
으아! 저기를 지나가야만 하다니..
이미 나는 여기까지 오는데에 거의 바테리가 다 됐는데...저기를 어떻게 올라간다는 말인가? 
인솔자는 야속하게도 지금부터 약 2시간 걸립니다 라고 하였다...
한발 한발 초인적인 정신력과 숨어있던 나의 체력이 전부 총 동원되어 앞의 세사람을 뒤따라 걸었다...
다리 근육의 근섬유가 파괴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가급적이면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한발 한발
걸었다.. 만일 중심을 잃어 휘청거리면 그대로 자유낙하하여 죽는데에만 5분 이상 걸릴것 같았다...
 
일행중 젊은 춘천부부 중 여자분이 나의 뒤를 따라오고 있고 사진은 그녀의 남편이 찍었음...
자기 마누라 찍는데 내가 걸리적 거려 같이 찍어준 모양..
정신을 바싹 차려 걸었다...
비는 엄청 쏟아지고 시야는 거의 안 보이고 오직 돌계단만 보였다.. 앞사람도 멀리 갔는지 안 보였다..
무서웠다..
이역만리 이  뼈도 못 추릴 곳에서 혹시 내 생을 마감할 운명은 아니던가? 라는 생각도 들고...
 
천해식당에서 일행들과 헤어진지 3시간 30분 만이었다... 보통 4시간 걸린다고 하니 아무리 몸상태가 안 좋았어도
그래도 남들보단 빨리 걸었나 보다...하기사 쉬지 못하고 걸었으니... 앞선 사람들이 쉬고 있는 지점에 도착해서 
좀 쉴려고 하니 출발해버리고.. 일행 안 놓칠려고 곧장 따라가게되니...중간에 쉬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절뚝 거리면서 2층의 우리 방으로 들어가니 김원섭,최영철,강인구 선생님이 너무나 편한 자세로 방에서 쉬고 계셨다..
고생했지? 라면서... 뜨거운 물에 샤워부터 급선무..
고생은 했지만 가길 정말 잘했습니다...라고 우선 대답해주고는 바로 한꺼풀씩 벗으면서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아 너무 힘들었던 길...그러나 지나온 절경의 서해대협곡이 자꾸만 눈에 아른 거린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가고싶다는 생각이 그새 이렇게나 빨리 들다니..나 자신도 놀랐다...
샤워하고  빨래하고 널고 다리가 너무 아프 간이 나무의자를 침대에 올려 다리를 올려놓고 누우니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저녁 6시경..
밥 먹으러 가자는 강선생님의 호출받고 태양표 고추장 들고 식당으로 내려가는데 계단 한층 내려가는데 이렇게나 힘이
들 수가 있을까...
인솔자가 태산 내려올때 그랬던가... 나중에는 버스계단 올라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그렇게 약 1시간 가량 사투를 벌여 정상에 도달하였고...
돌계단으로 된 전망대에 끝에 서서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잠시 쳐다보다가 오금이 저려 바로 돌아섰다...
정말 여기서 떨어지면 죽는데 최소 5분은 걸릴 것 같았다...
정상에서 얼마 안 가니 구름이 엎드린다는 배운정(拜雲亭)에 도착..그제서야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30분 채 안 걸어 우리가 묵을 숙소인 서해호텔(黃山西海大飯店)에 도착하였다...
 
역시나 둥근 원탁에 일행들이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하면서 맥주 고량주 등등 술을 마셨다...
요리는 역시나 내 입에 안 맞아 이 날 저녁도 고추장에 비벼 밥을 먹었다...
서해대협곡 사진을 보여주니 다들 부러워 하는 눈치다... 
식사후 다들 방에 들어가버렸고 나 역시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가 도저히 피로가 풀리지 않아 1층 마사지실로 가서 
우리돈 2만원이나 주고  발마사지를 받고나서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