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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기/강원도

겨울설산 백두대간 선자령 산행후기 2.

오후 1시.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다..
강풍과 눈보라속에서 라면 끓이고 삼겹살 굽고 점심을 먹고있는 다른 사람들도 꽤 많았지만  
우리는 그런 1.4후퇴 함흥부두 피난민처럼 하지 않기로 했다.
초막골로 하산하는데 약 2시간 이내이니 늦어도 3시 경이면 점심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산하기로 결정.
내려가는 길은 더 경치가 좋다.
나뭇가지에 눈꽃이 만발..
1주일 전 하이원 스키장에서 본 상고대가 생각난다...
2주 연속 눈 속에 파묻혀본다... ^ ^
한적한 곳을 찾아 오랜만에 방광을 비웠다.
오줌줄기로 눈 속에 구멍을 파보았다..꽤 깊은 느낌...
뒤따라온 배기나(vagina) 선생도 내가 좀 전에 한 행동을 그대로 재연한다...
그러면서 왠지 무섭다고 한다 꼭 내가 사진을 찍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였다...
그 느낌 그 예감 정말 정확하다고 속으로 말해주었다.
내가 누군가...?
그런 장면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손파라치 아닌가...
하산길은 좀 가파르지만 아이젠이 있어 든든하다... 전혀 미끄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분명 아이젠을 장착했음에도 사람들은 미끄러지기도 하고 해멘다...
왜그럴까? 내 아이젠도 4발짜리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젠인데...저 사람들은 왜 미끄럽지?
내려가는 길은 내가 선두다...신나게 막 뛰어 내려가는데도 안 미끄럽다...이상한 현상이다...
스키를 잘 타서 그런가?
거의 다 내려갔을 무렵  평지가 나오고 눈도 덜 내리고해서 퍼질고 앉았다...
드디어 준비해 간 라면을 끓일 순간이 왔다.
버너 코펠 각 2개씩 준비했고 라면도 7개나 된다 물도 풍부하다...
노련한 솜씨로 가스버너 불 댕기고 코펠에 물을 붓고 끓인다...
버너가 조그만 것이 화력이 장난 아니게 좋아 금방 물이 끓고 
'맛있는 라면' 스프를 넣고 1분 정도 더 끓인다음  면을 넣고 건더기 스프를 넣고 휘 저어가면서 잘 끓인다...
먼저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던 권윤정선생님도.. 
도시락 없이 라면만 드실려고 기다리는 김철수고문님 내외분도.. 
먹이를 발견한 하이애나 처럼  호시탐탐 노리는 정병룡선생도 그 아들 영수군도.. 
젓가락과 빈그릇 들고  어서 라면이 끓기만을 기다린다..
정병룡선생 부자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마치 저 산등성이에서 거대한 바윗돌이 굴러내려오는 소리같다...
드디어 완성..
작은 코펠에 하나만 넣고 끓인 라면이 가장 맛있게 잘 된것 같다...
주방장 일단 시식후(독이 있는지 ^ ^ )  
어른께 먼저  그리고 장유유서의 법칙대로 눈내리는 산골에서 뜨거운 라면을 드신다.
이런 라면 맛은 이런데서 말고 또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
환상적이지..
음..이 맛이야...
국물맛이 끝내줍니다...국물까지 개운하다..
후다닥 라면만 먹고  뒷정리 안 도와주고 먼저 내려간 정 모 선생을 비롯한 몇몇 분을 나는 기억한다...
끝까지 남아 라면 끓인다고 수고한 총무의 뒷정리를 도와주고 같이 자리를 떠난 
김고문님 내외분과 권윤정 이경호 배기나선생님 등등 그리고 몇 분들..나는 기억하고 있다...


하산은 초막골로..이정표 너 많이 춥겠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

한 곳만 집중적으로 조준을해서 구멍을 파보았습니다...



본인은 모릅니다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를... 참았던 것을 쏟아내고나서 마냥 즐겁기만 한 저 표정... 마치 은하철도 999의 '철이'같지 않습니까?



이런 포즈 어때요? V 보다 낫죠?

설경



상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