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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09 북큐슈여행

일본 북큐슈 자유여행을 다녀와서...

일본 북큐슈 자유여행을 다녀와서...

 

 

내가 해외여행을 처음 간 것은 7년 전인 2002년 5월이었다.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두 살이 되었음에도 해외여행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첫 해외여행이 많이 늦은 편이었다.

그 때 첫 해외 여행지였던 일본 후쿠시마의 어느 시골 료칸에서의 하루 밤 경험은 나에게 일본과 해외여행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그 때 이후로 나는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면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해마다 한 두번씩은 해외여행을 다녀오고는 했다.

 

가족여행으로 서유럽도 다녀왔었고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무려 7번이나 다녀왔고 중국 북경과 대만도 다녀왔다.

그러나 이 모든 해외여행은 전부 다 여행사의 단체 관광상품 (패키지 투어)이거나 아니면 인솔자 또는 가이드가 늘 동행하는 여행이었다.

늘 준비된 전용 관광버스를 탔고 준비된 식당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은 밥을

먹어야만 했고 가라는 곳만 가야되고 보라는 곳만 보아야 했으며 미리 짜여진 일정대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동적인 여행을 해야만 했기에 비록 그것이 편리하긴 하였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고 개성도 없어

나만의 자유로운 여행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런 것들이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여행을 하면 할수록 불만으로 쌓여갔다.

그래서 늘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다음에는 꼭 패키지 투어가 아닌 자유 여행을 가리라 마음 먹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여행사에 비용만 내면 알아서 다 해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내 스스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는 일과 말도 안 통하고 길도 모르는 이국땅에서

내가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을 스스로 알아서 찾아 가야만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곳이 몇 번 가 본 적이 있고 우리나라와 지리적 문화적으로 매우 가까운 일본을

그것도 기왕이면 이미 가 본 적 있는 동경이나 오사카 그리고 북해도가 아닌 큐슈를 나의 첫 해외 자유여행지로 선택하였다.

 

일본에서 남쪽에 있는 섬인 큐슈는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섬나라 일본을 구성하는 4개의 섬은 최북단의 북해도와 본토인 혼슈 그 옆에 있는 시코쿠

그리고 우리나라와 가장 인접해있고 남한의 약 절반만한 크기의 섬인 큐슈이다.

큐슈지역의 가장 큰 도시인 후쿠오카현은 도쿄와 오사카 다음으로 큰 대도시.

후쿠오카현 외에 구마모토현, 나가사키현, 사가현 그리고 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벳부)현과

남쪽으로는 가고시마현과 골프 휴양지로 유명한 미야자키현이 있다.

 

그러나 큐슈 전지역을 4일만에 다 돌아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 우선 북큐슈지역만 다녀오기로 하였고 일본여행 전문 여행사인 ‘여행박사’를 통해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였고 3일간 북큐슈 전 지역의 기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북큐슈 레일패스(7천엔)를 구입하였다.

그 외 모든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많은 공부를 하였고

그리하여 북큐슈 3박4일 자유여행의 완벽한 일정표를 짜고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여행 시기는 병원을 혼자 하는 관계로 평일에 문 닫고 갈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추석연휴를 택하였고 이번에 고등학생인 아들의 시험과 제반 사정상

가족동반을 할 수가 없어 친한 친구와 같이 둘이서 오십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자유로운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최근 온천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유후인과 세계 유일의 활화산인 구마모토(熊本)의 아소산분화구를 첫 번째 목적지로 삼았다.

그리고 더불어 하우스텐보스와 큐슈의 중심지인 후쿠오카를 포함시켰다. 나가사키와 벳부는 일정상 갈 수 없고

꼭 가보고 싶었던 일본 속의 일본이라고 하는 해발 700미터 산촌 쿠로가와(黑川)온천 역시 일정에 포함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포기하였다.

쿠로가와 온천은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온천관광지.

 

여행 첫날은 일본 속의 네덜란드라고 하는 하우스텐보스에서 보내고 그 곳 특급 ANA 호텔에서 숙박을 하였으며

다음날에는 오이타현의 유후인

그리고 셋째날에 구마모토성과 아소산 분화구 관람

그리고 마지막날에는 학문의 신을 모시는 태재부 텐만궁과 후쿠오카시내 관광을 하였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곳 두 군데를 소개하면 유후인(由布院)과 아소산(啊蘇山)분화구이다.

 

부산에서 큐슈까지 가는 방법은 비행기나 선박으로 갈 수 있는데 비행기는 50분 정도 걸리고 배는 3시간 걸린다.

우리는 아침8시40분발 대한항공편으로 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공항으로 갔다.

선박에 비해 비용부담은 좀 되지만 대신에 시간절약이 되어 4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김해공항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하였으며 후쿠오카공항에서 모든 큐슈여행의 시발점인 후쿠오카의 하카타(博多)역까지는

셔틀버스(국제선공항-국내선공항 연결)와 지하철을 이용하였고 하카타역 창구에서 3일간 유효한 레일패스를 발급받아

너무나 예쁘게 생긴 특급 하우스텐보스호를 타고 첫날 여행지인 하우스텐보스로 달렸다.

후쿠오카(하카타역)에서 하우스텐보스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ANA(젠니쿠)호텔로 바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오후부터 밤까지 하우스텐보스 관광을 하고 다음날 오전 8시에 숙소를 나와서 유후인으로 향했다.

 

이른 시각이라 유후인으로 바로 가는 특급열차는 없고 하우스텐보스 다음 역인 하이키(早岐)역과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가 만나는 지점인 도스(鳥栖)에서 두 번이나 열차를 갈아타고 오후 1시 넘어서 유후인역에 도착하였다.

하카타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특급열차 특히 유후인노모리(ゆふいんの森)는 너무나 멋있고 예쁜 기차.

하루 5차례만 하카타와 유후인 사이를 왕복하며 특급 유후와 유후 Dx(딜럭스) 그리고 유후인노모리

3 종류의 각기 색상과 디자인이 다른 특급열차가 다닌다.  특히 그 중에서 유후인노모리가 가장 인기 있다.

바닥이 원목으로 돼있고 1,2호차와 3,4호차 사이에 있는 제법 럭셔리한 식당차에는 식사와 기념품 판매 그리고 승무원 복장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큐슈에서의 열차는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열차마다 고유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인해 기차를 타고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일본여행은 아주 즐겁고 훌륭하다.

 

첫날 밤부터 내린 비는 둘째 날까지 계속 그칠 줄 모르고 내렸고 유후인역에 도착해서도 우산을 써도 비를 좀 맞을 정도로 비가 제법 많이 왔다.

유후인은 남자 둘이 가서 구경하면 1시간이면 족하고 커플인 경우는 3시간 걸리고 여자 둘이 가면 5시간도 모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후인은 여자들에게 너무나 인기있는 관광지이다.

유후인역은 단순한 시골역이 아니라 역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건축예술품이다. 역 구내에서 미술품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역 앞에는 큰가방을 맡길 수 있는 무인 코인락카가 있고 그 옆에는 유인수하물 보관소가 있다.

역에서 긴린코호수까지 약 2킬로미터 정도 늘어선 다양한 종류의 아기자기한 상점구경도 좋지만 일본 고유의 맛을 느낄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식당들도 즐비하다

시간적 여유만 된다면 이 곳 유후인의 온천 료칸에서 하루밤을 자고 아침에 자전거(대여해 줌 2시간에 200엔)로 마을을 찬찬히 돌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마을 맨 위쪽에 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긴린코 호수를 보고

호숫가에 있는 카페 ‘라 뤼슈’의 바깥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긴린코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을 즐기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유후인에서 추천할 만한 료칸은 노천탕에서 유후다케가 조망되는 사이카쿠엔 과 무쏘엔 료칸이지만 하루 밤을 묵기에는 비용이 만만찮다 (1인당 20-25만원)

그러나 비교적 저렴한 료칸인 마키바노 이에 (목장의 집)도 무난하며 비교적 인기가 높다.

아쉽지만 유후인을 떠나 다시 하카타(후쿠오카)로 돌아갔다.

유후인역 플랫폼에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따끈한 천연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는 무료 족욕탕이 있다.

저녁 7시 반 경 하카타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예약해 둔 역 근처의 클리오코트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바로 후쿠오카 타워로 향했다.

후쿠오카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은 버스를 이용하였는데 시간이 예상외로 많이 걸려서 타워에 입장할 수 없어 되돌아와야만 했다

10월 1일 부터는 동절기라 저녁 9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었던 것.

호텔 근처의 일본식 선술집에서 식사를 곁들인 맥주 한잔하고 들어와서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3일째는 구마모토성과 아소 분화구 관람인데 실질적인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구마모토성과 인근에 있는 스이젠지 공원 그리고 구마모토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아소산까지 다 구경하고 다시 하카타로 돌아와서 어제 못 본 후쿠오카 타워에서의 야경을 볼려면 시간이 빠듯하고

짜 놓은 일정표에서 한치의 오차가 생격서도 안되는 날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식사를 하고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서 식당으로 내려갔다.

조식뷔페를 제공하는 로비 옆 식당은 7시부터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우리가 타야 할 기차는 7시 25분에 출발하는 릴레이 쯔바메 라는 이름의 가고시마행 특급열차.

10분 만에 아침 식사를 끝내고 바로 역으로 걸었고 역까지 5분 밖에 걸리지 않은 호텔이라  우리는 여유있게 예정된 기차를 탈 수가 있었다.

구마모토역에 내려서는 전차(어른 150엔)를 타고 구마모토성으로 갔다. 태어나서 전차를 타보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오사카성과 나고야성(또는 히메이지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으로 볼리는 구마모토성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전차 정거장에서 5분 이내에 위치. 구마모토성은 임진왜란때 조선을 침공한 장군 중의 한사람인 가토 키요마사(가등청정)이 세운 성이다.

날씨는 매우 쾌청하였지만 10월의 날씨 답지 않게 무척 무더웠고 한여름처럼 땀도 많이 흘렸다.

그리고 날씨가 좋아서 아소산 분화구 구경하는데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구마모토성을 주마간산식으로 보고나서 일본 3대 정원의 하나라고 하는 아름다운 스이젠지(水前寺)공원으로 가서 호수와 정원을 구경하고

인근에 있는 신스이젠지역으로 걸어가서 11시 43분발 아소방면 큐슈횡단특급열차를 탔다.

이 열차는 2칸 짜리 빨간색 열차인데 구마모토와 오이타(벳부) 사이를 왕복하는 관광열차.

 

아소역에 도착해서 인접해있는 아소 버스 정류소에 들어가보니 대단히 다행스럽게도 오늘 분화구 견학이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날씨가 안 좋거나 운 나쁜 경우 아소까지 갔다가 견학불가일 경우 아쉽게 분화구를 보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 하기 때문.

버스 시간이 남아서 근처 식당에서 유부초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아소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540엔)

제주도 같은 풍경의 광활한 초원을 40분을 달려 아소산니시 역 도착

아소산니시역은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는 역이고 분화구까지는 걸어가도 되지만 대부분은 편도 600엔 하는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간다.

드디어 아소산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펄펄 끓는 녹색 빛깔을 띤 액체가 가득 찬 분화구와 그리고 뜨거운 김이 연기처럼 피어 올라서 하늘을 뒤덮은 아소산 분화구의 대장관은

말이나 글로써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하늘에는 그랜드캐년 처럼 헬기로 세계 유일의 대장관을 구경하는 사람도 있다.

분화구 주변에는 예고 없는 화산폭발 같은 만일을 대비한 안전 콘크리트 대피소도 많이 마련되어있다.

 

아소산을 걸어서 내려오는 데에는 불과 20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고 산이라 그런지 바람이 시원하다.

아소산 분화구 오는 도중에 있는 쿠사센리(草千里) 라고 하는 초원지대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버스를 내려 구경을 하는데

우리에게는 쿠사센리까지 구경할 시간은 없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아소역에서 구마모토행 열차를 탔고 구마모토에서 다시 하카타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그런데 하카타역 도착 직전에 열차가 한참동안이나 정차해있는 사고가 발생.

한참 뒤에 알았지만 우리가 정차한 역 바로 다음 역에서 사망사고가 포함된 대형열차사고가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열차강국인 일본에서도 열차사고를 완벽하게는 막을 수는 없나보다. 우리 가 탄 기차가 아니라서 다행이고 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가 연착한 탓에 이 날도 역시 후쿠오카 타워에서의 야경을 볼 수가 없었고

캐널시티의 꽤 유명한 일본라멘 전문점인 이치란(一蘭)에서 하카타라멘으로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에는 학문의 신을 모시며 각종 시험의 합격을 기원하는 장소이자 큐슈 최고의 신궁인 태재부(텐진에서 전철로 40분 소요) 텐만궁을 가보았고

택시타면 만원 정도 나오는 인근 조용한 온천마을인 큐슈온센무라에서 노천탕을 즐기고 후쿠오카의 동성로인 텐진시내로 돌아와서

후쿠오카타워 및 모모치해변과 캐널시티 등을 구경하고 오후 7시30분 비행기로 우리나라(부산)으로 돌아왔다.

 

누구의 도움 없이 떠나는 자유여행이라 처음에는 두렵고 막막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고 연구를 하니 일본 정도는 자유여행을 하는데 그리 힘들거나 어려운 나라가 아니었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해보고 나면 별 일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또 기회만 되면 더 늦기 전에 더 나이 들기 전에 한국을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