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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性 - 산부인과 이야기

영남일보 의학칼럼 [30] 세균성질증 (2005년 2월 17일)

건강한 여성의 질 내에는 젖산균(락토바실러스)을 비롯한 몇 종의 정상 세균들이 상주하면
서 질 내 pH를 산성(4.5)으로 유지하면서 다른 병적 세균의 감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정상적인 질 내 상주세균들이 감소되고 대신 공기가 없는 곳에서 증
식하는 혐기성 균들이 정상 균보다 백 배 이상으로 과다하게 증식되는 경우 세균성질증에
걸리게 된다. 세균성질증은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다량 증식되는 혐기성 세균이 원인이기
때문에 여성의 질 분비물에서 생선 썩는 독특한 악취(속된 표현으로 오징어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처럼 세균성질증은 질 내 환경의 알칼리화와 정상세균의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며 이러
한 상황은 잦은 성교나 질 안을 너무 자주 씻고 소독한다든지 자궁내 피임기구인 루프시술
이 돼있는 경우와 질 안에 이물질이 들어있는 경우(성교 후 질 안에 남겨진 콘돔조각이나
남성성기구 등)에 잘 생기며 생리 중의 성교나  불결한 환경이나 상대방과의 성교로 인해서
생길 수도 있다.
너무 잦은 성 관계가 원인이 된다고 보는 이유는 정액 내에 포함되어 있는 알칼리성물질이
혐기성세균의 분비물을 더욱 자극하기 때문이다.
증상은 회백색의 냉과 생선 썩는 악취이며 진단은 직접 진찰해서 분비물의 양상을 보거나
현미경 (냉)검사로 진단이 쉽게 된다.
치료 또한 혐기성 세균에 잘 듣는 항균제와 항생제를 약 1주일 정도 쓰면서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곰팡이 염증(칸디다 질염)과 마찬가지로 한번 걸리면 재발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치
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
원인이 될만한 여러 가지 요인과 스트레스나 육체적 과로를 피하고 몸의 면역상태를 좋게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들 말고도 질 내 산도(pH)를 유지시키고 염증을 막아주는 정상세균을
많이 증식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법이다.
산불이나 등산객, 행락객들에 의해 훼손되고 오염된 산이나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
휴식년제도를 두어 일정기간 입산통제를 하고 나면 다시 산에 수풀 우거지고 푸르러지듯이
여성들의 질도 세균성질증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질 내의 정상세균이 다시 번식할 수 있
도록 충분한 기간동안 질을 쉬게(?) 해주는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효경산부인과 www.doctormam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