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산행기/설악산 (2009. 8 & 2012. 6)

설악산 (한계령-대청봉-백담사) 5. 백담사

5. 백담사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했을때부터 나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것 같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삼삼오오 대충 걸터 앉아서 간식거리를 먹고있다  배낭 안에 있는 먹거리는 다 소모시키는 타임같다..

이것 저것 나에게도 나누어주는데 솔직히 배불러서 못 먹겠더라..

아침부터 밥 먹었지 라면 먹었지 봉정암에서 남들 안 먹은 미역국에 밥 말아 먹었지 하산길에 계속 물배 채웠지...

오는 길에 쉴때마다 과자 육포 과일 등등 나누어 주는 간식들 수시로 배 안에 넣다보니 나중에는 소화가 안되는 것 같다

뭘 제대로 화끈하게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좋은데 수시로 위장에다 뭔가를 쑤셔 넣었으니 속이 편할 리가 없다...

 

수렴동에는 마땅히 앉을 곳이 없었다.

앉고 싶은데 바위는 뾰족하고 평평한 바위는 이미 동료들 누군가가 앉아있고  하필이면 이런 장거리 등산에 배낭에 매달아 다니는

스텐 접이의자를 가져 오지 않음을 엄청나게 후회했다...  

토시나 썬크림 안가져온 것 과 더불어 접이의자까지... 정작 중요한 것은 안 챙기고 쓸데없이 버너와 가스만...

다음 부터는 절대 무거운 버너와  코펠세트 안 넣어다니고 싶다... 아주 작은 가벼운 버너 한개와 가벼운 코펠 한개만 넣자..

 

이제 남은 거리는 불과 4km정도... 2시간 이내 이 길고도 지겨운 등산은 끝난다...

 

 

 

백담사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오세암 갈림길이 나온다

시간 되고 몸이 안 무겁다면 가보고 싶다...

 

 

 

오후 3시 현재 남은 거리는 평지 약 4km  예정대로라면 4시 반경 도착하겠다..

 

 

 

영시암 도착

 

 

 

영시암

 

 

이 동네 인심 한번 끝내준다...

봉정암에서는 미역국 주더니 영시암에서는 또 그 새  배 꺼졌다고 국수를 준다...

 

 

 

국수의 구성성분은 딱 3가지..

물   면   김

그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양념장도 김치도 나씽..

그래서 좀 싱겁다  맹그작작하다..그래도 배고플땐 꿀맛이리라... 불행히도 우리는 지금 다들 배가 좀 부르다...

다행히 배낭안에 남은 김치가 있어서 같이 먹으니 그제서야 국수맛이 난다...

 

 

 

국수 면 삶는 아궁이와 장작불..

계속 면을 삶아낸다...사람들은 계속 내려오니까..

역시 여기도 국수 그릇은 본인이 직접 씻어야 된다...

 

다시 출발..

남은 거리는 거의 평지이긴 하지만 두세번 다시 산길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그 때는 진짜 죽을 맛이다..

종아리에 알 배겨서 걸음을 걷기가 만사 귀찮다...

땀은 얼마나 나는지 온통 소금에 쩔어  패잔병 낙오자가 따로 없다...

설악산 무박2일 다녀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거지가 되어 돌아온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머리든 얼굴이든 어디든지 좀 씻고 싶어 죽겠는 차에 드디어 물을 만났다..

물론 우리가 걷는 길 내내 계곡을 따라 걷기에 물이야 지척에 있지만 들어갈 수 있는 그리고 씻을 수 있는 곳은 잘 없다.. 그저 바라보는 계곡 뿐..

 

그런데 마지막 1km 정도를 남기고 다리 아래에 딱 좋은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도착지인 백담사까지 씻지 못하고 이대로 온 몸이 젖은 체로 도착한다면 얼마나 찝찝할까  그런데 이런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공간을 만났으니...

  

여기서 다시 몸을 씻고 속옷부터 겉옷까지 싸악 다 갈아입고 뽀송뽀송하게 개운하게 백담사로 향했다...

(동반자: 모영종 류종환 선생님)

 

 

 

 

백담사 계곡..

한낮의 따가운 햇볕이 내려 쬔다...내 팔 다 탄다..

 

 

넓은 백담사 계곡..

계곡 곳 곳에 수영금지  계곡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었고  위반 및 발각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적혀있었다...

법대로 하자면 내가 내어야할 과태료는 도대체 얼마쯤일까?

전신목욕 1회  반신목욕 1회  국립공원내 무단방뇨 2-3회  계곡무단 출입 수 회...

집 팔아야겠다..

   

 

 

백담사로 가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계곡..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혹시 대청봉일까?

 

 

 

백담사로 들어갑니다..

금강문...

 

 

사천왕문 지나니 정면에 보이는 백담사 현판..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 스님의 절

 

 

 

대청봉에서 절까지 못이 100개나  된다고 해서 100潭寺..

 

 

 

범종루

 

 

 

만해 기념관

 

 

기념관..

 

 

 

만해 스님 흉상..

 

 

 

 

나한전

 

 

 

대웅전인 극락보전

 

 

 

드디어 보고싶었던 방..

전통의 거처..

 

 

 

전통이 머물던 곳..

 

 

 

방안을 들여다보니 만감이 교차된다...

 

 

 

전통이 귀양살이 하던 방.. 

 

 

 

백담사  

 

 

백담사..

 

 

 

 

 

 

 

 

 

 

진짜 밤에 와보고 싶다..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가는 방법은 딱 두 가지뿐..

셔틀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셔틀 버스를 타지 않고 거거나...(즉 걷거나 뛰거나 또는 기어서 가거나...)    걸어갈 경우 2시간 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요금은 2천원... 4분 간격으로 버스가 왕복 하며  관광객 등산객들을 실어나른다...

오후 6시 까지만 운행을 한다고 한다... 산에 갔다 늦어지면 2시간을 걸어서 마을까지 가야된다... 

 

 

 

버스 탈려고 줄 서있다..

 

 

 

용대리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곧바로 대구로 귀환....

대구 도착 밤 11시경...

 

집에 갈 사람들 가고

근처 브로이 생맥주집에 갈 사람들 갔다...(최 강 이 백  등등)

명목은 백선생의 광복절 특별사면 기념이었다...   이제 백선생도 다시 핸들을 잡을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잠이 마구 쏟어지고 너무나 피곤해서 도저히 술자리에 갈 자신이 없었다...

집에 들어가서 배낭정리하고 씻자마자 뻗었다...

 

단숨에 잠이 들었던 것 같고

아침에 습관적으로 6시경 눈을 떠보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직도 온 몸이 쑤시고 알 배기고...눈이 감기고...

누워서 개기다가 8시경 동네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때를 벗기고(아니 벗기도록 허락해주고) 나니 한결 몸이 가볍다..

11시경 아내와 시내에 나가서 영화를 보고 들어왔다.

 

해 운 대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영화 보면서 눈물 진짜 많이 흘렸다.....

 

푹 쉬고나서 다음날 월요일에도 몸이 무겁고 피곤하였다.

병원에 출근하니 기다렸다는듯이 환자들이 물밀듯이 찾아왔다...기록세운 날..^^

 

몸이 가볍고 안 피곤해서 기분이 좋아 환자 많이 왔음 하는 날은 파리 날리고

오늘 제발 좀 푹 쉬고싶다 조용했음 싶다는 날에는 미친듯이 환자들이 몰려온다...

그동안 이 여자들 다 어디갔다가 이제서야 병원오나 싶은  오래된  환자들까지...

 

제발 이 환자들 내일 모레 좀 왔으면 싶은데 굳이 월요일 이 피곤한 날에 찾아와서

대기실에 정말 간만에 대기환자들이 앉아있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그리고 다음날..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오늘은 환자들 아무리 와도 좋다 다 댐벼라  하고 작심하고 출근하니 

병원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모든게 다 정상으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내 몸도 병원도...

 

 

 

백담사로 가는 구곡담계곡을 내려오면서 결심 한가지를 했었다..

아 다신 설악산 안 와야지..너무 힘들어..

 

그런데

 

다시 가고싶다  설악산으로.... 다음에는 공룡능선에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