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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행기/경상남도

통영 욕지도 3. 시산제와 뒷풀이

시산제 지내고 하산 그리고 뒷풀이...
"등에 업은 아이 3년 찾는다" 라는 말이 있다..
이번에 내가 꼭 그 짝이었다.
매년 음력 정월 첫 산행때면 산신께 무사고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낸다.
이번에는 지난달 남해 설흘산에 갔을때가 음력정월 첫 산행이었는데 사정상 시산제를 
지내지 못하고 이번 산행으로 연기되었다.
시산제때는 총무가 가장 수고를 하지만 또 그 만큼 찬조금(부조금, 제비)이 많이 들어오기에
총무가 가장 신바람 나고 즐겁다..자기 주머니의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작년에는 시산제의 필수품인 돼지머리를 준비했었다.
염매시장에 가서 3만원인가 주고 산 웃는 얼굴표정의 삶은 돼지머리..
왜 고사나 제사를 지낼때 돼지머리를 앞에 두고 지내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왜 하필이면 돼지 그것도 머리만? 일까?
네이버 지식in에 가서 찾아보면 분명 나오겠지만 귀찮다...
그러나 이번 시산제때는 고심 끝에 돼지머리를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설문 조사 여론 수렴끝에...
그 이유가  도대체 그 무거운 돼지머리를 누가 산에까지 들고 갈 것인가?  총무인 나는 싫다...배째라 이다.
그럼 힘 좋거나 나이 젊은 회원이나 아니면 스폰서 업체의 직원에게 그것을 시킬 것인가?
작년에 모 제약회사 직원들이 그 무건은 것을 다 짊어지고 등산을 했었는데...
못 할 짓이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다른 먹거리나 짐은 회원들이 조금씩 나누어 가져갈 수는 있지만 돼지머리는 그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만 되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꼭 가져가야할 필요가 과연 있겠나 싶었다...
마음이 문제지..
그리고 지난번 시산제때 누군가에게 얼핏 들었는데...
산에서 고사 지낸 돼지머리를 안 버리고 아깝다고 들고 온 사람들은 꼭 변을 당했다고 한다...
죽거나 실종되거나 아프거나 사고나서 다치거나...
그래서 고사 지내고나서 돼지머리는 산에다 버리고 오는데....
환경오염이 문제가 된다...
그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돼지고기 수육은 1관을 준비했다 30명이 먹을 분량으로... 무게로는 약 4킬로그램 정도..
시루떡 막걸리 5통 과일들과 북어포 김치 등등 기타 준비물..
하루 전에 장보고 준비완료..
시산제 축문 (제문)은 미리 A4용지에 시력 나쁜 회장님 읽기 좋게 잘 인쇄해서 준비했다.
순서도 한번 확인하고..
배낭안에 제문을 넣어두면 산에갈때 혹시 버스 안에 두고 빠뜨릴 위험이 없기에 
전날 밤 자기전에 제문을 배낭안에 넣고 자야지 하다가는 귀찮아서 그만 그냥 잠들고 말았다.
다음날 버스 안에서 미리 제문을 잘 챙기고 또 옆자리의 4년간 전임 총무이자 부회장님께 보여드리기도 했다.. 
배낭 안에 넣어야 되는데 마침 배낭은 버스 짐칸에 두고 몸만 타는 바람에 자켓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다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배낭의 작은 포켓에 고이접어 넣었는데....
(배낭안에 제문을 넣어둔) 그 사실은 그 순간 지나자 마자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천황봉 바로 아래 시산제 지내기 딱 좋은 곳에 도착하였고 다들 배도 엄청 고팠다...
준비해 온 돗자리 깔고 양초와 향을 피우고 은박접시에 음식 과일 놓고 등등 회원님들이 도와주어 
일사천리로 준비가 다 진행되어가는데...
분명 자켓의 주머니에 넣어둔 축문(제문)이 보이질 않는다...
온통 다 뒤져도 안 나온다...분명 옷 안에 넣었는데...
배낭도 뒤져보았다... 사이드 포켓 양쪽 다...
돌겠네.. 어디서 흘렀지 빠졌지?  부두에서 배 타다가 지갑 꺼내면서 흘렀나? 그게 가장 유력했다...
제문 달라고 재축하는 제주님 회장님 부회장님...
분실했다고 말을 해야되는 이 답답한 총무... 숨어버리고 싶었다...
그 순간 전직 4년 총무이자 부회장님이신 김원섭 선생님께서 주섬 주섬 제문도 없이 임기응변으로
유세차~  비나이다...를 하셨다..
4년 총무역임 경력과 아까 버스안에서 읽어본 제문을 기억해내서 내가 생각해도 원문과 비슷하게 
잘 하셨다...
그렇게 시산제는 끝나고...
남은 것은 먹는 일...
그리고 예상보다 훨 많이 모인 시산제 부조금을 챙기고 나서 나도 막 먹어대기 시작했다...
삶은 돼지고기...
인생은 돼지고기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지...
막걸리와 복분자 술 그리고 쌈 야채들과 쌈장, 김치와 어울린 돼지고기 수육...
아쉽다 싶을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그 보다 더 많았다면 다들 배가 불러 헥헥거렸지 싶다..
배시간에 늦을라 얼릉 치우고 정리후 하산하기 시작했다.
천황봉 정상은 해군 레이더 기지라서 올라갈 수 없다...
하산후 여객선 터미날까지는 불과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고 터미날에 도착하여 화장실 볼 일보고
권윤정 선생님이 쏜 아이스 바를 하나씩 입에 넣으니 입안 얼얼...시원하다..
3시 30분 배를 타고 욕지를 출발  통영항에는 4시 30분에 도착하여 대기중이던 버스를 타고 대구로 귀환
미리 예약해 둔 횟집으로 가서 배 터지게 벅고 마시며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바닷가 섬에까지 가서 현지에서 싱싱한 회를 먹지 못한 이유는
토영으로 나오는 배시간에 늦어서이고
또 통영에서 저녁으로 회를 먹기에는 4시 30분 이란 너무 이른 시간이고 
2시간 전에 산에서 먹은 돼지고기로 배불러서 먹을 수도 없고...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서 시산제를 지내기로..

바다가 잘 보이는 명당자리..

회장님 부터...

제사상과 제수.. 돼지머리가 없으니 아쉽긴 하다...

내가 봐도 조촐하다.. 무겁더라도 많이 준비할걸...

고문님과 원로회원..

썬글라스 3인방... 원래 모자도 벗고 썬글라도 벗고 절해야 되는데....

사모님들도..

총무도 마지막으로 술 한잔 칩니다..

절하는 손총무...

시산제 끝나고..

시산제 끝나고 증명사진

음복의 시간...

욕지항



천황봉입니다...

천황봉으로 가는 길..

정상까지는 못가고 태고암방향으로 우회전해서 하산합니다..

부두에서 산을 올려다보니... 에게게 참 낮은 산입니다...해발 399미터

우리가 타고 갈 배입니다..

등대섬입니다...

등대와 섬들...

참한 배 한척이 지나갑니다...

통영항 가까워집니다..

여객선터미날이 보입니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미녀봉을 보고 찍었는데..미녀같이 보이질 않네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가기전(교보생명 건너편) 의 "싱싱魚 싱싱海" 횟집입니다..

1안당 2만원이면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싱싱한 활어회와 풍족하고 다양한 쓰끼다시들..밥과 매운탕...

이 집 女사장님께서 나중에 따로 모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공로주를 한잔 쏜다네요...^ ^
집에 와서 배낭을 정리했다... 그런데.. 배낭의 맨 위 작은 포켓에서 그렇게나 애타게 찾았던 시산제 제문이 나왔다... 귀중한 것을 넣어두는 작은 포켓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포켓에 제문을 잘 접어 넣어둔 것이 비로소 생각이 났다... 이것이 건망증인가 치매인가... 난 왜이렇지? 왜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이런 건망과 분실과 기억상실의 에피소드가 잦아질까... 등에 업은 아이를 3년이나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