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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제 KTX에서 있었던 일...

어제 서울에서 열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회 세미나 및 대의원 총회 참석후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김철수 지회장님 및 이 탁 부회장님(지노메디 산부인과) 그리고

소피마르소 여성의원의 이민석 원장님과 배용철 산부인과  원장 그리고 저

이렇게 5명의 산부인과의사회 소속 선생님들은 9시 발 부산행 KTX를 타고 내려오던 길...

 

대전을 막 지났을까..

열차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차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하였으니 열차내에 의사선생님 계시면 급히 6호차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사정상 4호차에 혼자 타고있던 나는 뭔 일인가 싶어 산부인과의사인 내가 뭔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직업 윤리상 반사적으로 6호차로 갔습니다.

5호와 6호 열차 중간에는 약 70세 가량의 할머니가 쓰러져 의식을 잃고있고

5호차에 타고있던 나머지 4분의 선생님들 중 이민석 배용철 두 분 선생님이 맨 먼저 도착해서

누구인지 잘 모른 다른 분과 함께 환자를 진찰하고 있었습니다.

 

보호자에게 들어보니 만성신부전증 환자인데 투석을 안하고 열차를 탔다고 합니다.

부산에 내려가는 할머니였습니다.

아마도 중간에 혈압약을 먹었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매우 빈혈이 심한듯 pale 했고 호흡이 매우 약하며 거의 혈압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쇽 상태였습니다..

병력으로 봐서는 아마도 작년 8월에 돌아가신 모친의 경우와 거의 같아 보였습니다.

만성 신부전 이었는데 투석을 안(못)해서 혈액의 K / BUN이 엄청  높아 급성 신부전 및 저혈압 

의식불명 혼수로 결국 그날 밤  돌아가신 모친의 경우와 너무나 흡사해서 저는 급성 요독증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이어 수성구의 정현대 신경외과 선생님과 성함 모를 내과전문의 선생님이 도착하셨고

내과적 신경외과적인 진찰 및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졌지만 열차내에서는 응급 비상 약품이나

포터블 산소는 준비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재빨리 대학병원으로의 이송과 투석이 필요한 상태지만 대전 지난 기차는 김천이나 구미에

정차할 수는 없는 KTX 였습니다...

전용고속철도를 달리고 있어 선로가 달라 김천역 구미역에는 정차할 수가 없어 별 수 없이

가장 빠른 다음 역인 동대구역으로 기차는 달렸고  저는 옆에 있던 역무원에게  119에 긴급요청을 하여

동대구역에 앰뷸런스 대기 및 플랫폼까지 스트레쳐카를 준비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주위에는 내과 신경외과 및 산부인과 전문의 다수 그리고 이비인후과 전문의 심지어 달려온 한의사

(한의사는 별 하는 일 없이 구명만 하였지만) 까지 

각과 전문의 들이 넘쳐나는 KTX내 대학병원 이 되었지만 정작 필요한 산소나 주사는 없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환자의 의식상태와 호흡 및 혈압 등이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동대구역에 도착하자마자

대기하고있던 119 대원들에 의해 할머니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아무런 주사나 약 산소 없는 상태였지만 그나마 일요일 밤기차에는 학회나 세미나 참석후

대구의 집으로 돌아가고있던 많은 각과 전문의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평일이었고 전문의나 의사가 그 열차 내에 없었더라면 그나마 기본적인 응급조치가 미비하였을

수도 있고 환자의 생명은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겠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열차(비행기)내에 의사 선생님 급히 찾는 방송을 직접 접하고나니

비록 산부인과라서 별 도움이 안됐지만 그래도 의사라고 환자의 소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참 유익하고 보람된 어제 밤이였습니다...

 

그 할머니는 아마도 응급 치료후 무사히 부산으로 잘 돌아갔을 것이고 자기를 도운 많은 전문의들을

기억하고 감사히 생각하겠지요..

어제 밤 KTX 183 열차안에서 환자응급치료에 도움주신 이름 모를 내과  선생님과

정현대 신경외과원장님 그리고 김철수, 이탁, 이민석, 배용철 산부인과 선생님들 수고 많았습니다....

의사로서 살아가기가 점차 힘들고 대접 못받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어제 같은 경우 열차안에 응급상황에서 우리는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였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잠시나마 보람을 느꼈습니다..

 

 

 

* 열차안에서 급한 분만 산모가 있어 산부인과의사들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제대로 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을...아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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