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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性 - 산부인과 이야기

사후피임약, 루프 시술, 질외사정

신문(영남일보 조선일보) 기고 의학 칼럼: 

-2003~2008년 

 

 

1. 완벽한 피임법

외래진료를 받는 환자나 우리 병원 홈페이지에 상담하는 글을 올리는 분들 중에는 부작용 없고 피임은 완벽하게 되는 그런 피임 방법은 없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피임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여러 가지 피임방법들 중에는 나름대로 다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없는 것이 없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경구피임약만 해도 효과는 피임방법들 중에 가장 좋고 또 생리통이나 생리불순까지 치료해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지만 호르몬제이다 보니 기미나 여드름 주근깨 등 피부 부작용은 둘째라 치더라도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어야 된다는 것은 스트레스에 가깝다. 게다가 나이가 많은 여성 특히 흡연자에게는 심혈관계질환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루프라고 부르는 자궁내기구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피임법이고 피임효과 또한 피임약 못지 않지만 아직 임신의 경험이 없는 미혼여성에게는 적합치 않을 뿐 아니라 생리통이나 과다월경 그리고 잦은 염증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이 거의 없는 미레나 라는 특수한 루프가 나왔는데 이는 프로게스테론이란 호르몬을 일정하게 분비시켜 피임효과 뿐 아니라 자궁내막증식을 억제시켜 기존 루프의 부작용인 과다월경이나 생리통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미레나 또한 고가의 비용이 부담스럽다.

콘돔이나 여성용 콘돔인 페미돔도 성병이나 에이즈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는 아주 훌륭한 피임법이고 필요시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지만 역시 가장 큰 단점은 성감이 떨어지는 것이고 또 콘돔에 따라서는 피임효과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있어 완벽한 피임법은 못된다.

출산을 마친 부인들에게는 영구피임으로 난관결찰술이란 수술방법이 있지만 이것 또한 부작용으로 생리직후 복통이나 불완전수술로 인한 자궁외임신의 위험 그리고 다시 복원수술을 원할 경우에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남자들이 하는 정관수술이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작용이 거의 없고 피임효과도 아주 뛰어나며 원할 시에 원상회복도 난관결찰술의 경우보다는 쉽고 여러모로 가장 좋은 피임법이지만 한다한다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안 하는 것이 남자들이라서 남편을 비뇨기과로 보내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 임플라논이라는 새로운 피임방법이 시술되고 있는데 이 것은 자궁에 시술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쓰지 않는 팔(주로 왼팔) 상박부 피부아래(피하)에 삽입하는 것으로 만져지긴 하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생리시작 2-4일째 시술하며 국소마취하에 아프지 않으면서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고 기존의 루프시술로 인한 부작용이 없으며 피임약처럼 매일 먹지 않아도 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간단하게 제거가능하며 제거하면 즉시 임신이 가능한 가히 획기적인 피임법이라 할 수 있다. 한번시술로 피임이 되는 기간은 3년이고 3년 후에는 다시 제거하고 시술하여야 한다.  
그러나 역시 가장 부작용이 없고 완벽한 피임방법은 밤에는 잠만 자는 방법이다...

 




2. 사후피임약의 남용

며칠 뒤에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는 애인과 섹스를 할 계획이 있는데 그 날이 마침 배란일  근처라서 피임을 해야한다 그래서 그 날 관계 후에 쓸 사후피임약 (노레보)을 처방해 달라고 하는 아가씨들이 가끔 있다. 당연히 이런 경우는 처방전을 줄 수 없고 사전에 피임을 미리 잘 하라고 말하고 돌려보낸다.

왜냐면 노레보는 사후피임약이지 사전피임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후 피임약의 원래 목적은 이런 경우처럼 나중에 피임 않고 관계 후에 쓸려고 사전에 미리 준비해 두는 상비약이 아니라

사전피임에 실패하였거나 강간을 당했다든지 하는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한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응급적으로 쓰는 사후피임약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여성들이 사후피임약을 이런 한정된 경우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언제든지 원할 때마다 필요할 때마다 복용하고 있는,

즉 남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레보를 남용할 경우 여성의 내분비 체계에 혼란이 생겨 생리불순이나 부정기 자궁출혈을 초래할 수도 있고 심할 경우 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몇 년 전에  사후피임약 노레보의 수입시판을 둘러싸고 득실을 따지며 찬반 논란이 있을 때 무분별한 낙태시술을 줄일 수 있다는 획기적인 피임약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반대한 많은 산부인과의사들이 우려했던 바가 바로 이러한 사후피임약의 남용 문제였다.
남용문제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남성들도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끼고 해 오던 피임(콘돔사용이나 질외사정 등)을 사후피임약에 의존하여 피임의 책임을 여성들에게만 의존해버리는 현상이 생겨난 것도 문제다.  

(남자인)내가 피임 안 해도 (여자가)알아서 잘 하겠지 라고 생각을 하게되고 피임을 여성에게 맡겨버린다.
그러나 사후피임약은 잘 알고 보면 피임약이라기보다는 초기임신에 쓰는 낙태약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매일 규칙적으로 하루에 한 알씩 먹는 경구피임약의 경우는 사전에 배란을 억제시켜 아예 수정 그 자체를 막지만 사후피임약의 주된 작용은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수정 후 3일 이내에만 효과가 있는 낙태제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사후피임약(노레보 정)이 전문의약품이라 의사 처방전 없이는 임의로 약국에 가서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약이 아니란 점이 참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만 불법적으로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노레보정을 구입하기도 하고 또 일부 병원에서는 임신가능성이 전혀 없어서 사후피임약을 먹을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사후피임약 남용으로 인한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효경산부인과, www.doctormama.com)




3. 루프


아기를 하나 둘 낳은 여성이 가장 흔하게 피임할 수 있는 방법이 루프입니다..
제일 무난합니다..
피임약도 매일 규칙적으로 먹어야 되고 또 나름대로 부작용이 있습니다..

루프는 쉽게 자궁안에 넣고 또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점이 장점입니다..값도 저렴하고..

부작용이 있다면 생리양이 많아지거나 생리통이 있을 수 있는 점 그리고 분비물이나 냉이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빠질 수는 있지만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제거 후에는 전혀 부작용이 없습니다..

피임효과는 아주 우수합니다..피임약 다음 정도로..
보통 5년짜리를 가장 많이 쓰는데 언제든지 제거하면 임신은 가능합니다..

초음파검사로 6개월에 한번 이상 정기검진을 하여야 합니다..제자리에 잘 있는지를..

최근 미레나 라는 고급형 루프가 있는데..
기존의 루프의 부작용인 생리통이나 월경과다가 없습니다...
좀 비싸지만..
자궁내막을 위축시키는 호르몬이 일정하게 분비가 되는 관계로 무월경이나 불규칙적인 출혈이 단점일 수 있습니다..




4. 질외사정

제목: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

 



"선생님 두달이나 생리가 없습니다"
"그래요? 피임은 하셨나요?"
어느 날 두 달이나 있어야 할 것이 없다며 진찰 받으러 온 20대 여성의 이야기이다.

산부인과를 찾아온 여성들에게 맨 먼저 물어보는 것이 기혼인지 미혼인지 그리고 미혼의 경우 성관계 경험 유무와 마지막 생리가 언제였는지 그리고 피임여부이다. "생리가 없었다면 혹시 임신은 아닐까요? 몸이 평소와 다르지 않나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본다.

아직 미혼인 아가씨들에게 임신이나 성 경험 유무를 질문하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다. 그녀의 얘기로는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긴 하지만 임신경험은 물론 아직 한번도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매달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던 여성에게 무월경의 첫 번째 이유는 임신이다.

물론 젊은 여성들에게 있어서 임신 이외에도 월경이 없거나 불순한 원인(스트레스나 약물복용 등등)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임신부터 의심하는 것이 산부인과의사의 직업의식에서 나오는 직감이고 대개는 그 직감이 상당히 맞아떨어진다. 생리가 없어 산부인과에 찾아온 미혼의 여성들은 내심 임신일지도 모른다고 걱정은 하면서도 의사에게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고 절대로 임신일 리가 없다며 강하게 부정을 하는 환자들도 많다. 검사 후에도 임신이라는 진단을 선뜻 믿으려 하지를 않고 부정하는 것이 미혼여성의 심리이다. 그래서 이 여성의 경우에도 혹시 난소나 자궁에 혹이 생겨서 생리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초음파검사를 해보자고 권하였고 아니나 다를까 이미 임신 3개월 째였다.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는 법. 이 여성의 경우 남자친구의 요구에 마지못해 은밀한 곳에서 사랑의 행위를 하였지만 혹시나 임신이 될까 두려워 남자친구가 질외사정을 하였다고 하였다. 질외사정을 하였으니 안심해도 될 것이라는 남자친구의 말만 믿고 생리가 두 달이나 없도록 그냥 있었던 것이었다.

질외사정은 고전적인 피임법중의 하나인데 다른 피임법에 비해 실패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완벽하게 질외사정을 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과 완벽하게 질 외에 사정을 했다 하더라도 성적 흥분 시에 남성의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분비물(쿠퍼액)안에는 누정된 미량의 정자가 들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남성은 스스로 질외사정 하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미량의 정액이 질 내로 들어가는 수가 있다.  

질외사정이란 말은 영어로는 withdrawal 인데 사전을 찾아보면 물러나기, 참기, 철회란 뜻이다. 공격명령을 내렸다가 적진함락 일보직전에서 후퇴명령을 내리기란 너무 아쉽고 쉽지 않은 법이다. 담배를 끊는 사람과는 상대를 해도 질외사정으로 피임하는 사람과는 상대하지 않는 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실패율이 높은 것이 바로 질외사정 피임법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한 피임방법이나 성에 관한 지식의 습득과 사후피임약의 사용으로 인하여 예년에 비해 임신중절 수술 건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특히 나이 어린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무지와 피임실패로 인하여 원치 않는 임신과 중절수술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실정이다. 학교에서의 제대로 된 성교육과 가정에서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